“자식들이 잘 살아야 내가 잘사는 것이여”
“자식들이 잘 살아야 내가 잘사는 것이여”
  • 영광21
  • 승인 2015.07.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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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주 순 어르신 대마면 송죽리

푸른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들꽃의 향기로운 내음이 맴돌고 바쁜 농번기철로 여기저기 농사일로 마을은 분주하다. 그 분주함 속에 고요히 창밖을 바라보는 정주순(83) 어르신.
지난해까지 농사일로 바쁜 하루를 보낸 정주순 어르신은 지난해 봄, 오랫동안 병을 앓던 남편을 떠나 보냈다.
60여년전 전북 고창에서 대마면으로 시집온 정 어르신은 2남3녀를 낳아 키우며 부족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살았다고 얘기한다.
“내가 우리 시어머니랑 같은 해에 애기를 낳았어. 우리 막내시동생이 우리 큰아들보다 늦게 나왔당게. 우리 자식 넷에 시부모님에 시동생들까지 북적북적하게 살았어. 그때는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였잖아. 그래도 나는 그때가 지금도 그리워. 그때는 자식들 키우는 재미에 살았었어.”
정 어르신은 어려웠던 시절에도 늘 며느리를 먼저 챙겨주던 시부모님과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큰아들, 병으로 먼저 떠난 남편까지 가슴에 묻었다.
“잊으려고 해도 가슴에 딱 얹혀 있어서 잊혀지지가 않아. 우리 영감은 살만큼 살다 갔지만 우리 큰아들은 좋은 세상 다 못살고 간 것이 제일 안타까워. 그래도 남은 아들, 딸들이라도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자식들이 잘 사는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정 어르신은 내년 봄 막내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시집 안간다고 하더니 제 짝 만나서 시집간다고 하니 춤이라도 추겄어”라며 막내딸의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정 어르신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우리 자식들은 참말로 나한테 잘해. 광주 사는 큰딸은 매번 같이 살자고 하는데 나는 딸 고생시키기 싫어서 안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우리 딸은 내 걱정만 하느라 정신없제”라는 정주순 어르신은 “경로당 가면 동네사람들이랑 같이 체조도 배우고 밥도 해먹고 매일 요양보호사가 와서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밥도 해주니까 난 살기 편하고 좋아. 안아프고 건강하게 살다가 가면 참 좋겄어”라고 말한다.
늘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정주순 어르신은 “나는 이제 늙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야하는 것이여. 우리 자식들 다 잘 사는 것이 나한테는 최고 행복이여”라며 부족했어도 잘 커준 아들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