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아름다운 하천 와탄천이 품은 이야기
영광의 아름다운 하천 와탄천이 품은 이야기
  • 영광21
  • 승인 2015.07.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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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갑문 열어 기수역 보존·법성포 작은배 드나들 수 있는 수로 확보 필요

■ 2015년 대추귀말자연학교 생태지도자 과정 보고서 ⑤

아름다운 기수역을 가진 와탄천
강과 하천의 구분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200㎢ 규모 이상의 하천유역면적을 가졌을 때 강이라 부르고 200㎢ ~ 50㎢ 정도의 하천유역면적을 가진 하천을 천으로 구분하는게 일반적이라 한다.
와탄천은 하천길이가 짧을 뿐 아니라 발원지 산의 계곡입구를 벗어나자마자 경사가 완만해져 집중호우 때는 주변으로 범람이 잦았고 이 때문에 범람원이 발달했으며 주변에 충적지가 많아서 넓은 논을 형성하고 있다. 하류로 갈수록 하천은 자유곡류를 이뤄 사행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도 강하구의 모습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와탄천의 배후습지 중 원불교 영산성지 앞에 있는 연방죽은 원래 와탄천이 범람해 생긴 곳에 종교적 목적으로 연꽃과 수련을 심고 둑을 쌓아 온전히 보전될 수 있었다. 이곳은 와탄천이 빚어낸 또 하나의 생명보물창고이다. 다양한 수생식물 군락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이기 때문이다.

백수 배수갑문과 법성포의 미래
와탄천 하류는 법성포로 연결되는 기수역이 잘 발달돼 있다. 제각기 자리잡은 염생식물 사이로 수많은 기수성 생명들이 삶을 일구고 있다. 그러나 와탄천 하구에 다른 강 하구와 마찬가지로 염수피해를 막고 농수확보를 명목으로 1998년 배수갑문이 만들어지고 난 뒤 기수성 생명들은 점차 설 땅이 없어지게 되고 말았다. 생명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농업용수가 필요한 시기 외에는 배수갑문을 열어 기수역을 보전한다면 생태적 영광을 만드는데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평상시의 농업용수 문제는 와탄천 중류의 길용저수지를 잘 활용한다면 해안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댈 수 있을 것이므로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굴비의 자존심 법성포구는 이제 더 이상 옛 명성의 포구가 아니다. 큰 배가 드나들기엔 너무 많은 토사가 쌓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원인은 와탄천의 유속에 있다. 와탄천은 길이가 짧고 하류에 경사가 너무 완만해 하구에 토사가 잘 쌓이는 지형이다. 그런데 주변의 충적지를 논으로 사용하면서 인위적으로 둑을 만들어 놨으니 쓸려내려온 토사는 포구 앞으로 모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하구둑을 세워 수문을 막아 유속은 더욱 느려져 토사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법성포 앞에 삼각주처럼 퇴적돼 쌓이고 있는 것이다.

법성포를 역사와 전통과 생태가 살아있는 마을로 보전하고 최소한의 작은 배들이라도 드나들 수 있도록 수로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중국과 백제를 이어주던 뱃길이었으며 강릉과 더불어 양대 해안단오제가 이어져 내려오는 문화중심지 법성포는 와탄천과 백수해안, 그리고 칠산갯벌을 잇는 중요한 관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농경지와 주택용지, 상업용지 확보를 미명으로 간척사업이 꾸준히 지속돼 온 법성포는 옛 포구의 정취를 찾기엔 어색하기만 하다. 거기에 더해 백제불교 최초도래지사업, 법성과 백수를 잇는 현수대교 사업 등으로 시작된 자연해안선의 파괴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지금껏 균형을 이뤄왔던 갯벌과 바다 사이의 관계는 인간의 작위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지형과 물길이 생길 것이 확실하다. 정말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해만 충족되면 다른 어떤 생명이 희생된다 해도 상관하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남을 것인가? 지금까지 같이 살아왔던 다른 생명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정녕 없는 것인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안하무인격인 인간들의 욕심의 결말은 오롯이 자신들에게 자연재해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세계도처에서 확인하고 있질 않은가? 발전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태계와 공존하면서 서로에게 최소한의 배려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발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법성굴비의 명성은 해풍과 육풍이 서로 막힘이 없이 곡류천을 끼고 와류를 일으킨 적당한 갯벌과 양지바른 지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의 법성은 어떤가? 우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흐름을 무시한 개발은 결국 영광군의 최대 상업활동에 결정적인 저해요인이 될 수 있음을.

불갑천의 아름다움은 영광의 보물
불갑산에서 발원한 불갑천은 불갑저수지에 일단 모인 뒤 농업용수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영광군의 5개 읍·면에 물을 대주는 영광의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불갑천 유역의 뜰이 커서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진다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불갑과 군서, 군남면을 지나 백수 간척지와 염산면 신성리 앞들을 적시고 흐르는 불갑천은 많은 부분이 직강화 공사로 하천의 본 모습을 발견하긴 어려우나 다행스럽게도 하구언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기수역의 풍경을 점차 회복해 가고 있다.
기수역을 따라 여름철새 중 천연기념물이자 보호종인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가 칠산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면서 새끼들의 먹이터로 불갑천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불갑천이 인간에게 중요한 존재이지만 다른 생명들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존재임을 증명한다. 불갑천 마지막에는 염전과 대하양식장 등 대단위 간척이 지금도 진행 중인데 그 사이에 발달한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지는 하늘이 영광에게 새로

운 아름다움을 선물로 준비해 주고 있는 듯하다.
바라기는 인간과 생태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어우러져 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 세 진
호남생태정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