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막 가자는 건가요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건가요
  • 영광21
  • 승인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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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사회에서 인사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제 아무리 시스템이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인사가 잘 돼야만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인 교육부장관에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임명해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도덕성 문제로 물러난 사람을 교육부 장관에 앉혀놓았으니 시민단체와 여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연히 반대가 예견되는 상황을 조장한 청와대와 대통령의 해명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국민여론이 거센 반대쪽으로 기울어지자 “흉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안일하고 오만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기준씨는 2002년 서울대 인터넷뉴스 스누나우에서 ‘올해의 부끄러운 서울대인’으로 뽑힌 사람이다. 그것도 2위인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1위에 뽑힌 사람이다. 이런 인물을 교육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고뇌의 산물이라고 우기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한심한 짓이었다.

불현듯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유행어가 떠올랐다. 2003년 3월 9일 오후에 평검사 대표들과 공개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을 이젠 그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엉터리 교육부장관 인사를 그저 밀어붙이려고 하였으니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건가요?’하고 말이다.

“문제없다” “철회는 없다”는 등 막무가내로 버티다가 이기준 교육부장관은 끝내 스스로 사퇴했다. 잇달아 불거지는 도덕성 문제 때문에 교육부장관이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늦게나마 자신이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번 인사는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개혁과 참여를 내세운 참여정부가 이제는 아예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정부의 장관들을 임명할 때는 장관 후보들을 인터넷에서 추천을 받을 정도로 밀실 인사 배척을 약속하고 참여와 개방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노대통령은 처음 장관을 임명하면서 큰 흠이 없는 한 2년 정도는 임기를 보장한다고 하면서 교육부장관은 그 중요성에 비춰 자신과 임기를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집권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볼 때, 대통령이 처음에 했던 다짐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기 2년을 넘길 가능성이 있는 장관은 정통부장관 1명뿐이고 나머지는 모조리 다 바뀌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보여줬던 신선한 장관 인선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길이 없다. 오히려 “장관 2년을 하면 아이디어도 고갈되고 매너리즘에 젖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어 자신의 초심을 뒤집고 있다.

아직 2년이 채 안된 참여정부가 벌써 참여와 개혁이라는 초심을 팽개치고, 여론이나 시민단체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어서 참으로 걱정이다. 우리는 초심을 지키지 못한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과거정권들을 통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가 그런 전철을 밟기를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본다. 탄핵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헤아려 국정을 운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