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 발품팔아 본 영광읍 상권

영광읍 관내에는 현재 점포 수가 1,200여개에 이른다. 이중 현재 약 450여 군데의 점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문을 닫고 있어 영광읍 경제의 심각한 수준을 주민들로 하여금 피부로 느끼게 한다.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750여개 점포의 50%가 넘는 상인들도 ‘개점휴업’ 상태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여기에 일조한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대형할인마트의 등장으로 기존 영세상인들이 대부분 폐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남아있는 점포 상당수도 업종을 바꾸거나 휴업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직접 찾아다니며 느낀 소감이다.
사거리 상권의 침체는 정말 큰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거리 일대 상권은 구상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25년전 공용버스터미널이 영광읍 우체국옆에 있을 때는 영광읍 사거리 상권이 영광읍 상권의 핵심이었다. 그러다 공용버스터미널이 신하리 일대로 옮기면서 상권의 중심이 이동하며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거리 상인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예전에 흔치 않던 사거리 일대의 상가가 문을 닫는 현상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거리 상권의 침체와 관련 군당국도 뾰족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남아있는 상인들마저도 기회만 된다면 공용버스터미널 상권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 문제는 업친데 덥친 격이다.
모 농약사 주인은 “3년 안에 이 지역 점포가 거의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매일시장 상권회복을 위해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차시설이 완공될 경우 어느 정도 상권회복에 도움을 줄지 주목된다. 하지만 상인들의 자구책 마련 등 보다 구조적 접근이 없을 경우 미봉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터미널 상권은 상대적으로 아직까지는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야 장사도 잘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해주듯 터미널 상권은 아직까지 사거리 상권에 비해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터미널 쪽 상권에 있는 점포는 가게를 내놓으면 곧바로 다른 업주가 인수해 새 가게를 개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영광읍 상권의 최후의 보루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터미널 상권 또한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2004년 한해를 강타했던 불경기의 한파는 터미널쪽도 예외는 아니어서 터미널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는 모 상인은 “장날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며 “먼저 사람들이 많이 다녀야 가게도 잘될 수 있는데 이래가지고선 정말 큰 일이다”고 터미널 상권도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사정은 아니라고 최근의 심각한 경제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이 같은 지역경기 침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떨까. 부동산 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30여년을 부동산업에 종사해온 영광읍 모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97년 11월 IMF전에는 부동산 거래가 영광읍에서 하루에도 수백건에 달했으나 그 이후 구제금융에 들어가면서 계속 하락세로 이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경기급감이 계속되면서 상인들은 물론 많은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지역경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권의 대부분이 대자본보다는 소규모 자영업을 이루는 있는 현실에서 경기침체는 생활경제의 피폐함을 파생시키고 있다.
특히 영광~광주간 4차선 도로의 개통이 현실화되는 1~2년내 영광상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우려는 상인 대다수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어려움에 더한 장기적 전망도 밝지 않는 미래의 대안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복 씨 / 사거리 상우회장
“마수걸이하는 날 손꼽는다”
지난해는 상업하기가 전체적으로 힘든 한해였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공용버스터미널이 옮긴 이후로 사거리 상가의 30%이상이 비워지고 있다. 게다가 상인들의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듣고 있는데 하루에 마수걸이를 하는 날이 손 꼽을 정도이니 정말 어렵다는게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느끼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장사를 아예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상인들이 절반을 넘는다고 보면 된다.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게 사거리 상권의 현실이다. 지역의 주춧돌이 돼야 할 젊은이들이 다들 도시로 이동하고 지역에는 점점 나이드신 분들이 경제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부분이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현실이 아닌 가 싶다.문성례(68)씨 / 삼익상회
“상인 놀이터로 변한 현실”
이 부근 상가는 가게를 줄줄이 내놨는데도 나가질 않는다. 서울 남대문 등지에서 옷을 가져오고 있는데 2달 동안 옷을 안 가져올 정도로 옷이 안 나간다. 우리로서는 어이가 없고 전라도 말로 얼척이 없는 정도다. 예전에는 군내버스터미널이 있을 땐 장을 보고 가곤 했었는데 군내버스터미널마저도 옮겨버려 손님이 없는 실정이다. 이 부근도 점포 절반은 임대 또는 인수로 내 놓아도 안 나가고 있다. 가게는 상인들의 놀이터로 된 것 같다. 우리 같은 늙은 사람들이 그냥 집에 있기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또 가게는 닫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마지못해 가게에 나오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영광 인구수의 감소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닌 가 싶다.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