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겹게 사는거야”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겹게 사는거야”
  • 영광21
  • 승인 2015.08.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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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면 옥실리 - 김맹례·박순임 어르신

염산면의 작은마을에서 앞동네 뒷동네에 살며 하루하루 정겹게 살아가고 있는 두 어르신이 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가족만큼 더 정이 넘치는 김맹례(88)·박순임(87) 어르신.
스무살도 채 안된 나이에 시집온 김 어르신은 9남매를 낳았지만 어린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7남매와 남편 뒷바라지로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때는 딱히 뭐 할 것도 없고 논농사 짓고 밭농사 지으면서 먹고 살았지. 자식들 키울 때 말도 못하게 힘들었어도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래도 키워놓으니까 자식한테 의지하고 살 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하는 김 어르신은 20여년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큰아들·큰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박순임 어르신은 열여섯 어린나이에 시집왔지만 아들넷과 딸 다섯을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얘기한다.

“우리 영감은 동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양반이었는데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서 일찍 가버렸어. 그 세월이 벌써 40년이 넘었네”라며 남편을 떠올리는 박 어르신은 “그때 당시에는 병원에 한번 가기도 힘들고 약 하나 구해먹기도 어려웠는데 나는 우리 9남매들 병원 한번 안가고도 키워서 다 시집, 장가보냈다니까. 그것이 가장 큰 내 자랑이야”라고 웃는다.
매일 경로당에서 만나는 두 어르신은 끼니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경로당에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을 대신해 경로당을 지키며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나이 들어서 일도 못하니까 둘이서 이렇게 도란도란 재미있게 좋게만 살자고 약속했어”라고 말하는 박 어르신의 말에 김 어르신은 “힘든 일을 못해서 그렇지. 그래도 우리처럼 아파도 내 다리로 걸어다닐 수 있으면 그것은 아픈것도 아니지”라고 얘기한다.
오가는 대화 속에 정겨움이 가득 묻어나는 김맹례 어르신과 박순임 어르신은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없어도 마주보고 앉아 살아온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좋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순임이 친구가 혼자사니까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한번씩 들여다 보면서 내식구처럼 챙기게 되지 아무래도. 5년전에 앓았던 대상포진이 아직까지 통증이 온다고 그러니까 더 신경쓰이지”라고 박순임 어르신을 걱정하는 김맹례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박순임 어르신 또한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아도 언니처럼 친구처럼 같이 늙어가니 참 좋아”라고 얘기한다.
앞으로 지금보다 덜 아프고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두 어르신의 정겨움이 가득 묻어나는 우정이 남은 여생에 늘 함께 하길 기대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