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대추귀말자연학교 생태지도자 과정 보고서 ⑦
갯벌이란 밀물 때에는 바닷물로 덮여 바다가 되고 썰물 때에는 육지가 되는 바닷가로 바닥이 모래와 뻘로 이뤄진 평평한 땅을 말한다. 개벌, 개펄 등 여러 말로 불려 왔으나 최근 순 우리말인 갯벌을 주로 사용한다.
갯벌이 만들어지는 환경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모래와 뻘과 같은 개흙이 있어야 한다. 갯벌이 생기려면 지형이 평평하고 수심이 얕아야 하며 조석에 따라 생기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커야한다. 갯벌에는 구성하는 흙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다. 모래갯벌, 뻘갯벌, 암석갯벌, 모래와 뻘이 섞인 혼합갯벌 등 갯벌이 형성되는 자연지형과 물리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한 지역이라도 여러가지 갯벌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생명과 조화의 땅 갯벌의 가치
갯벌은 어민들에게 있어 경제, 곧 돈을 의미하는 삶의 터전이며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의 2/3이상이 갯벌에서 나온다. 또 갯벌은 물고기나 게, 조개들의 삶의 장소이자 일부 생물에게는 어린 시절 고향이 되기도 하며 철새들이 휴식과 번식을 위해 머무는 곳이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몸에서 생기는 각종 노폐물을 콩팥에서 걸러주듯 갯벌은 육지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자연재해와 기후조절의 기능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에 놓여 있어 두 환경사이에 완충작용을 한다. 갯벌은 홍수에 따른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해 물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흘려보낸다. 또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하면 이를 1차적으로 흡수하고 완화해 육지지역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갯벌은 낚시,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종합문화공간이며 자연교육의 장으로서 많은 학생들에게 해양생태계 관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와탄천 하류에서 법성포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백수해안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나게 된다. 붉게 물든 갯벌에 마음을 맑게 해주는 도요새 소리가 울리고 멀리 괭이갈매기가 날며 뱃고동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빛. 운좋게 숨넘어가는 해를 보노라면 갯벌과 바다가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백수해안에 기수역과 사구가 발달해 더욱더 풍성한 생명의 잔치를 펼칠 수 있다. 백수해안의 경관을 보존해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자연유산으로,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상징으로 가꾸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칠산갯벌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는 지형 특성에 따라 뻘과 모래가 섞여 있는 혼합갯벌로 해안지역에 골고루 발달돼 있다. 또 경사가 완만하며 벌판의 폭도 넓다.
모래갯벌은 아주 고운 진흙질의 개흙과 모래가 섞여 있어 조개류와 게, 낙지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이 서식할 수 있다. 특히 ‘육’이라 칭하는 대합은 이 지역의 대표적 조개이며 영광 특산물로 명성이 높다. 영광의 갯벌은 서해 바닷물이 칠산도에서 숨을 고르는 동안 비록 그 크기와 길이는 웅장하지 않지만 영광 전지역을 굽이쳐 도는 와탄천과 불갑천이 내주는 풍부한 영양염류와 유기물을 공급받는다. 그래서 영광 앞바다의 칠산어장은 서해 황금어장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영광의 갯벌은 백수갯벌이라 부르거나 더 큰 의미로 칠산갯벌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갯벌에도 풀이 있어요
칠산갯벌의 염습지와 사구에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사는 식물을 염생식물이라고 한다. 이런 땅에서 살려면 뿌리가 여러가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높은 염분 농도에 의한 삼투압을 극복하면서 물을 흡수해야 하고 둘째로 높은 농도의 나트륨, 염산, 마그네슘, 황산 등의 독성을 극복해야 한다. 셋째, 개흙알갱이가 작아 식물의 뿌리가 필요로 하는 공기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자라나는 염생식물은 갯벌의 다양한 미네랄을 잎에 저장했다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사람들에게는 음식이나 약초로 이용되며 갯벌의 대형 무척추동물들에게는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영광 칠산갯벌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염생식물은 갈대, 갯그령, 갯잔디, 천일사초, 갯메꽃, 모래지치, 순비기니무, 갯질경, 나문재, 칠면초, 해당화, 갯개미취 등이 있다.
이중 특히 키 큰 갈대는 와탄천이 끝나는 백수 갑문지역에 넓게 퍼져 있다. 갈대는 뻘이나 유기물이 풍부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지역(강하구의 반짠물지역)에 자라기 때문에 영양이 심하게 부족한 곳에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리고 강물의 흐름이 빨라서 토양이 불안정한 장소나 물높이가 급격하게 변하는 장소에서는 갈대군락을 볼 수가 없다.
갈대는 수생태계를 이루는 모태라 할 수 있다. 강하구에 잘 자라며 새우, 게, 미꾸라지, 뱀장어 등의 보금자리가 되고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작은 새들의 은신처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갈대는 질소와 인 등 물속에 녹아 있는 유기물을 먹고 자라 수질오염방지, 정화에 큰 역할을 한다.
대추귀고동과 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 영광
영광 땅은 환경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하는 길목이란 것을 아는 영광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영광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비관 속에 낙심만 하고 있었지만 영광은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나 빠른 땅임을 증명하는 여러 사실들이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과연 영광은 어떤 곳이기에 자연환경을 사랑하는 자들의 주목을 받는 땅이라고 할까?
그 이유를 2가지만 들어본다. 첫번째로 전국적으로 기수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 기수역에 분포하는 다양한 바다생물과 육지생물 종들이 멸절돼 가고 있는 형편이다. 영광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기수역이 수로로 막히게 되고 콘크리트로 포장돼 버렸다. 그러나 백수 어느 지역에 중요한 생물지표종이 발견됐는데 이 생물은 우리나라 서해안 전역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발견하기 어려운 보호생물종이다. 그 생물 이름이 대추귀고동이다. 이 고동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강 주변 기수역에서만 분포하는 고동으로 위폐를 지닌 바다생물과 육지생물의 중간단계생물 지표종으로 그 가치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런 귀한 생물이 우리 영광 땅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또 대추귀고동이란 존재만으로도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백수와 염산에 걸쳐있는 갯벌이 7개의 섬으로 둘러쳐진 영광 앞바다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바다환경의 특이성이라 하겠다. 특히 거기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다양한 생물들,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조류로 지정돼 있는 노랑부리백로나 검은머리물떼새, 도요새 등 희귀조류가 서식한다는 중요성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더욱이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몇 마리 안남은 멸종위기 조류인데 칠산도는 그 번식지로 밝혀진 곳이다.
이런 철새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칠산 앞바다를 터전으로 새끼를 낳고 기르며 살아간다는 것, 이것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할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새끼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주변 갯벌환경이 생태적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어린해양생물체가 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영광 해안선의 갯벌이 아직도 해양생물의 산란, 서식지로 충분한 역할을 할 정도로 살아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이런 갯벌을 우리는 갖고 있다. 세계5대 갯벌 소유국인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자연 생태계가 보존돼 있는 곳은 몇 곳이 안되기에 환경지킴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키고 다음세대에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영광 칠산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너무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당장에는 고통과 손해가 있을지라도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라면 대의를 위해 어느 정도 불편과 손해는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시군은 우리보다 더 사정이 열악해도 기꺼이 미래를 위해 수고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김 양 용 /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