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신뢰를 잃어 추락하는 대한민국
인권과 신뢰를 잃어 추락하는 대한민국
  • 영광21
  • 승인 2015.08.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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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이다. 땀과 눈물의 70년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강국이 됐다. 역동적인 민주주의도 이뤘다.
한국적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의 결과 100년도 안된 대한민국이 선진국 가까이 간 나라가 된 것이다.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취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사회적 신뢰의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파동에서 경험한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국민 10명중 7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조사대상 41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26위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심각해 조사대상 42개국중 39위다. 선진국 진입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수준이다.

무고나 위증의 사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는 통계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구속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지난달 16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4·16연대 박래군 상임 운영위원이 세월호 추모 집회를 주도한 게 이리도 많은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3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22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을 꼬투리로 잡았다. 이건 마치 박정희 정권시절 술자리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욕한 사람이 정보부로 끌려갔다던 ‘막걸리 보안법’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처럼 전형적인 저신뢰사회가 된 것은 정부를 비롯한 공적기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강력한 권력이 막대한 힘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검찰, 정당과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게 단적인 증거다.
권력이 인권의 우위에 있다. 법치가 인권에 우선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분’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헌데 평소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대신 약자에 대한, 사회적 타자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가학이나 범죄행위가 적발됐을 때 공분을 하고 사회적·법적 처벌의 목소리를 드높인다.
거기에 명백하고 파렴치하며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가 적발되면 더 없이 좋다. 소위 ‘범인’들이 공감할 피해자면 금상첨화다.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좋은 나라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야말로 나라를 발전시키는 결정적 힘인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한 건 중요한 진전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악을 타파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셀수록 공정하며 가진 자일수록 의무를 다 해야 신뢰가 싹튼다. 그래야 사람들 사이의 믿음도 커진다. 인권과 신뢰 없이는 선진국도 없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