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은 상생과 소통이 절실
남한과 북한은 상생과 소통이 절실
  • 영광21
  • 승인 2015.08.28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급 접촉으로선 유례없이 긴 사흘이었다. 서로에게는 꼭 얻어내야 할 절박한 그 무엇이 있었다. 우리는 지뢰도발 등에 대한 분명한 사과이고 북측은 대북 확성기방송의 중단이었을 것이다. 밀고 당기며 어르고 달래는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협상력을 높이려고 대규모 군사력까지 전진 배치됐다.
우리측의 기본 입장은 확고하다. 이번처럼 지뢰나 포격 등 북측의 명백한 도발행위는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그러나 도발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의 군사적 긴장도 남측의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때문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확성기와 전단 등 대북 심리전이 북한체제에 미칠 충격을 북측은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
이번에 북측이 돌연 협상을 제안한 것도 남측의 강경한 의지를 가늠하면서 판을 주도하려는 계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포병을 증강배치하고 양적으로 우세한 잠수함을 한꺼번에 출항시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상대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다 어느 순간 협상으로 돌아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북한 특유의 수법이 이번에도 구사됐다. 문제는 늘 반복되는 이런 상투적 전술이 이미 그 효용가치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남한의 전쟁공포를 부추겨 협상장에서 양보를 이끌어내려 하지만 남한 국민은 늘 그랬듯이 일상의 삶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수십년 되풀이된 수법에 단련되기도 했지만 한미연합전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에 기반한다. 미군의 온갖 전략무기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북한도 잘 알기에 함부로 도박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남북문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협상의 틀을 요구받고 있다. 일방적 위협과 양보가 아니라 상호존중을 통해 공존을 이끌어내는 해결방식이다. 난항을 거듭한 이번 고위급 접촉은 남북간의 새 틀을 만드는 그 시작일 것이다.
남북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군이 잠수함 50여척을 기동하고 포병의 전력을 2배로 늘려 전선에 배치해 추가도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누리꾼들 사이에 ‘전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잠수함이 대거 이동했다는 소식을 알린 기사에는 기사게재 1시간30여분만에 6,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에서는 지나친 공포 조장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군 관계자가 직접 나서 잠수함 기동상황과 포병 전력증강 상황을 브리핑하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여야가 다시 재개될 남북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한목소리로 성공을 기원했다. 다만 온도차는 존재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접촉을 계기로 최악상황까지 치달은 남북관계의 대반전을 기대했다. 앞서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비서는 22일 오후부터 10시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진행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결국 성과를 냈다.
단순히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이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 등으로 불거진 군사적 긴장 해소로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원들과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한반도 안보위기관리 관련기구를 국회 내에 설치하기로 함으로써 모처럼 밥값을 했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