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에 오기를 정말 잘했어요. 집도 정말 마음에 들고 행복해요.”
지난해 5월 인천에서 영광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은 김영대(67)·서순자(63)씨 부부. 부부는 노후를 편하게 보내기보다 땅에서 땀 흘리고 커가는 작물을 보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귀농을 결심하고 영광에 왔다.
서순자씨는 “작물이 커가는 걸 보면 정말 재밌고 좋아요.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과정을 직접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꽃이 핀다니까요”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논농사부터 매실나무, 사과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대추나무 등의 과실수와 깨, 고추 등 밭작물까지 다양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다. 수입보다 흘린 땀이 열매가 되고 수확해 나누는 것이 즐거워 이것저것 다양하게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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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결정한 영광행
전기설비업을 하던 김영대씨는 광주, 인천 등에서 이름을 날리던 전기전문가였다. 최근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아파트 전기공사에 참여해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순자씨가 우연히 생활정보지에서 백수읍 상사리의 땅매매 광고를 보고 덜컥 계약하는 일이 있었다.
서순자씨는 “그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광고를 보는데 상사리 땅매매 문구를 보자마자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덜컥 남편과 상의도 없이 계약해버렸어요. 어려서부터 땅에 대한 욕심이 좀 있기는 했는데 저도 놀랐어요”라며 웃는다.
영광에 땅을 사고 소작을 줘 농사를 하던 부부는 이왕 땅을 샀으니 영광에서 여유있게 농사를 지으며 노후를 보내자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지난해를 떠올리며 “우리가 통이 크긴 큰가봐”라며 웃음을 터뜨리는 부부다.
수확보다 과정에서 찾는 재미
부부는 농촌에서 자랐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재배하기 쉽다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실패도 많고 생각과 다른 것도 많았다.
김영대씨는 “마음은 젊은데 몸이 안 따라줘요. 다른 것보다 풀이 많이 자라서 풀약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우리가 먹을 것이니까 건강을 생각해서 약을 하지는 않아요. 그랬더니 날마다 자라는 풀 때문에 고생이네요”라고 말한다.
아내 서순자씨는 “처음에 깨를 심었는데 거름을 너무 많이 줬는지 키가 엄청 커져서 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랬어요. 경험도 부족하고 실력이 없는데도 애정을 줘서 그런지 잘 자라고 열매 맺는 걸 보면 고맙고 뿌듯해요”라며 웃는다.
들어가는 노력과 돈에 비해 수확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큰 편은 아니지만 수확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는 부부.
지난해 여러 밭에 고추를 심어 고추 20근을 수확했다. 서순자씨는 “생애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작물을 수확하고 또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어요. 그때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던지 그 재미로 농사지어요”라며 웃음을 보인다.
부부는 쑥쑥 자라는 작물과 주렁주렁 열매 맺는 나무를 보며 하루하루 행복하기만 하다.
지금은 주위에서 자문을 구하고 유기농교육을 받은 지인들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는 수확의 더 큰 재미를 위해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