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적한 군남면 오강마을에 접어들면 아담한 뒷산이 품은 작은 집이 있다.
마당에는 강아지 기쁨이와 믿음이가 뛰놀고, 노광국(53)·박명순(57)씨 부부가 오순도순 소박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집이다.
부부는 작년부터 이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집 뒤 밭에는 초석잠, 가지, 고추, 감나무, 매실나무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농사의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을 깨달아가고 있다.
박명순씨는 “탐스럽게 열려있는 가지, 고추를 보면 정말 예쁘고 신기해서 자꾸 밭에 올라가요”라며 웃는다.
서울에서 평생을 살았던 부부는 영광에서 처음 농사를 접하고 농사의 재미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쉽지 않았던 정착과정
서울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던 부부는 아내 박명순씨가 당뇨 등을 앓으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딸이 살고 있는 염산면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박명순씨는 “서울 가게가 도로변에 있어서 매연 등으로 공기가 너무 안좋았어요. 그래서 건강도 나빠졌구요. 그러던 중 딸이 내려오라고 권유해서 내려왔죠. 평소 <6시 내고향>을 즐겨봤는데 시골에서 모여 살면서 여유있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영광으로 내려온 부부는 처음에는 농사가 아닌 두우리에서 어업을 시작했다. 배를 장만하는 등 크고 작은 투자를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고. 노광국씨는 “처음에 시작만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죠. 투자했던 것 전부 처분하고 손해도 많이 봤네요”라며 허탈하게 웃는다.
그러다 지난해 군남면에 자리잡은 부부는 영광에서 <기쁨인테리어>를 운영하며 농사와 병행하고 있다. “아직 농사는 체험수준이에요. 인테리어는 하던 일이니까 크게 어려울 것이 없지만 농사는 아직 멀었어요”라고 말하는 부부다.
실수에서 배우는 농사
부부는 생전 처음 접해보는 농사에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다. 노광국씨는 “밭에 풀이 하도 많이 나서 제초제를 뿌렸는데 효과가 바로 없어서 이틀후에 또 뿌렸죠. 그랬더니 작물이 죽더라구요. 10일 정도 후에 풀이 죽는걸 모르고 연신 뿌렸으니 작물이 죽은 거였어요”라며 웃는다. 또 군남으로 이사 왔던 겨울에 마당이 맨 흙바닥이고 삭막해보여서 산에서 풀을 가져다 심었더니 마을사람이 보고 ‘봄이면 풀이 무성할 텐데 일부러 가져다 심는다’고 웃기도 했어요“라며 회상한다.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씨앗을 살 때 상인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여러 작물을 키우고 있다. 처음의 실수는 부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오히려 웃을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겨 좋다고 말한다.
부부의 귀농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서로를 더 믿고 의지하며 버틸 수 있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히 굳듯이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수는 앞으로 더 풍요로운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부부의 앞날에 그들의 환한 웃음처럼 밝은 햇살이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저희는 농사로 수익을 바라기보다 도시 사람이 시골에 와서 농촌체험한다는 생각으로 지내요. 호박이 한 개라도 열리면 좋아서 웃고 안 열리면 안 열린 대로 웃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