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고 평생 사랑할 사람을 만났어요”
“귀농하고 평생 사랑할 사람을 만났어요”
  • 영광21
  • 승인 2015.09.30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8 - 백수읍 유관문·김혜정씨 부부

“귀농 안했으면 지금의 아내를 못 만났을 거예요.”
인연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유관문(39)·김혜정(40)씨 부부는 유관문씨의 귀농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농촌에서 짝을 찾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유관문씨는 반대로 고향인 백수읍으로 귀농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5개월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딸 소영이를 얻은 부부는 신혼의 재미와 커가는 아이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4년전 귀농한 유관문씨는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 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중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시력이 나빠지자 대신해 농사를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힘겨운 귀농 결정
유관문씨는 막연히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귀농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아버지께서 시력이 너무 안 좋아지셔서 농기계를 다룰 수가 없으셨어요. 내려오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에 6개월간 고민했죠. 막 경력이 쌓이고 수입도 좋아지던 때였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결국 귀농을 결심했다. “고민만 하던 차에 어느날 문득 ‘남자들하고만 살다보면 서울에서 내가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죠.”
 

귀농후 만난 운명의 상대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농업대학 등에서 배운 이론을 믿고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론으로 농사가 잘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겁없이 배운대로만 적용했더니 작물이 다 죽더라구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라며 웃는다.
지금은 논농사뿐 아니라 다양한 밭작물도 재배하며 농사꾼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유관문씨는 2013년 지금의 아내를 만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려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첫눈에 반했어요. 거의 매일 따라다니고 겨울내내 연애만 했죠. 운명처럼 느껴져서 3개월도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그는 아내를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매순간 행복했지만 특히 지금의 집을 꾸미며 함께 미래를 생각할 때가 가장 좋았다고 추억한다. “집에 아무것도 없을 때 시멘트 바닥에 이불을 깔고 둘이서 잔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런 저런 미래를 얘기했는데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그는 아내에게 청혼을 하지 못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당연히 결혼하는 것으로 생각해 직접적인 청혼의 말을 하지 못했고 아내가 서운함을 갖고 있다는 것. 유관문씨는 “살면서 매일 프로포즈하는 마음으로 살게”라며 아내를 달랜다.
그는 귀농후 평생을 이어갈 농사와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소중한 딸까지 얻으며 세상을 다 가진 남자가 됐다.
그의 “아내에게 잘하고 매일 어제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말에 김혜정씨는 “도움이 많이 못돼 미안하지만 TV에 나오는 귀농부부들처럼 오순도순 재밌게 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미소를 짓는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