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농사를 즐기는 초보 농사꾼
자유롭게 농사를 즐기는 초보 농사꾼
  • 영광21
  • 승인 2015.10.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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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 묘량면 지금주씨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나 꿈, 가족을 위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간다. 눈코 뜰 새 없이 눈앞에 닥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지난 삶을 후회하기도,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묘량면에 올해 1월 귀농한 지금주(55)씨는 30여년간의 군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지금주씨의 새로운 출발은 ‘자유’와 ‘여유’로 줄여 말할 수 있다.
“농사는 내가 하고 싶을 때는 부지런히 하고, 하기 싫을 때는 먼 산을 보면서 종일 명상도 할 수 있어서 좋지요. 하루 이틀 게으름 부린다고 농사가 크게 버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군에 발을 들인 후 바쁘게만 살아왔던 그는 두번째 출발만큼은 누구보다 느긋하게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다.

경상도 출신 군인 아저씨
지금주씨는 영광에서는 드물게 경상도 출신 귀농인이다. 경남 진해에서 30여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영광에 홀로 자리 잡았다. 그는 “군에 있을 때 후배가 영광이 살기 좋다고 추천해줬어요. 마침 아내 친정이 광주라서 광주에 집을 얻고 영광에 땅을 샀죠. 아내는 광주에 살고 저는 밭 옆 컨테이너에 혼자 살아요”라고 말한다. 3년전부터 착실히 땅을 일구고 준비한 그는 이제 1,000여평의 밭을 가꾸는 어엿한 농부가 됐다.
그는 젊어서 아내와 함께 처음 전라도에 왔던 날을 ‘무서워서 말 한마디 못한 날’로 기억한다. “처음 광주에 왔는데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 괜히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는 거예요. 아내가 택시를 타도 다 말하고 저는 벙어리 마냥 조용히 있었죠.”

무작정 부딪히고 본 농사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출신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다. 그는 “경남 마산 출신이라고 말해요. 어차피 말투 때문에 다 아니까 숨기고 싶지도 않고요. 차별 같은 거 없어요. 환영한다고, 모르는 거 있으면 말하라고 반겨주던데요”라며 미소 짓는다.
그는 평생을 군에서 일하며 농사는 귀농해서 처음 해봤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막함에 시작을 망설이거나 열심히 배워 농사를 시작하지만 그는 ‘군인정신’으로 일단 부딪히며 배운다고 한다.
지금주씨는 “처음 시작할 때 무작정 땅 일구고 씨 뿌리고 그랬죠. 처음 할 때는 실수도 하면서 배우고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시작하고 보니까 새싹 돋을 때 손맛이 특히 쏠쏠해요”라며 웃는다.
또 그는 삽은 많이 다뤄봤지만 호미는 처음이라 손에 염증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해본 힘든 호미질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말하는 그다.
“풀 메는 게 가장 힘들지만 하고 싶을 때 하니까 할 만 해요. 제초제를 써보기도 했는데 우리 가족이 먹을 농사인데 마음도 불편해서 조금씩 제 손으로 직접 제초작업하고 있죠.”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농사지만 지금은 검은콩, 메주콩, 백태, 서리태, 파, 고추, 들깨, 고구마, 무, 당근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기르고 있다. 판매를 통한 수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가족, 친지들과 나눠먹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다. 그는 군대와 정반대의 자유를 누리며 여유롭게 농사를 즐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