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한 산봉우리 겹쳐진 부드럽고 편안한 산
올망졸망한 산봉우리 겹쳐진 부드럽고 편안한 산
  • 영광21
  • 승인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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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과 함께 하는 산이야기 81 - 영암 은적산 (392.9m)
은적산은 전남 영암군 소호면과 학산면의 경계에 형성된 산이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겹쳐진 모습이 부드럽고 편안해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 같은 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가하면 은적산은 제왕을 받든 충신의 자태를 간직한 봉우리라고도 하는데 이는 월출산 서쪽의 문필봉 천황봉이 내린 지필묵이며 은적한 관봉은 신하의 벼슬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은적산 주봉인 상은적산은 산줄기 남쪽 중심부에 자리한 가장 높고 웅장한 봉우리다. 정상주변에 바위지대가 많지만 위험한 곳이 없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하지만 은적산은 400m의 높이가 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깊이를 알고 이산을 접한다면 그것은 진정 잘못된 생각이요, 다시 생각해 자신이 가야할 산행로를 결정해야 하는 마음의 자세가 바로 서야하는 길일 것이다.

은적산은 알고 보면 알차고 웅장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는 능선 계곡이 많다. 산능선을 걷다보면 늘어선 바위무리 그리고 수십리 벼랑길 이 모든 것은 산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작지만 속 깊고 평범해 보이나 아기자기한 그런 모습을 한 산이다.

은적산 산행은 소호면 면사무소에서 학산면 방향으로 1.5km 떨어진 곳의 자그마한 언덕인 함정굴에서 시작된다. 조릿대가 가득한 이곳은 예전에 주민들이 산짐승을 잡기 위해 함정을 파두었던 곳으로 지금도 함정굴로 알려져 있다. 등산로는 영암군 소호면에서 면장님을 비롯 공공근로 요원들이 잘 닦아 놓아 길목의 표지판 설치는 물론 입구에는 장승을 세워 멋스러움을 더해주는 은적산 입구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가지런한 본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옥련암터의 석축 구멍바위에서 휴식을 취한뒤 주 등산로로 내려가 행선지인 옥룡암터로 향했다. 길은 다시 숲으로 찾아들며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꼼꼼하게 정리된 산행로를 놓칠세라 주변의 길을 알리는 안내판, 곱고 예쁘지는 않지만 길을 잃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상은적산에 오르기전 100여개 구간은 마치 석물정원을 연상케할 정도로 기묘한 바위들로 가득차 있다. 그 가운데는 사람이 쌓은 탑도 있지만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병풍석과 어우러져 시간이 사라진 공간속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다.

상은적산은 비슷한 세계의 봉우리로 구성돼 어디가 진짜 주봉인지 엇갈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친절하게 이정표가 달려 있어 다른 봉우리에서 기념촬영을 할 필요가 없다. 옥룡암터에서 진행할 때 가장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가 400m도 안되는 봉우리지만 바다에서 바로 솟은지라 고도감이 남다르다.

여기서 300m쯤 가면 베틀굴이다. 베틀굴에서 베를 짰다는 유래가 전해지는 굴속은 70m에 달하는 동굴이다. 또 내부에 물이 흘러 예전에는 사람들이 생활했고 그 물에 빠지면 영산강에 떠올랐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첫번째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작은 돌로 막아놓아 한사람만이 겨우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산행길잡이
능선길을 따라 봄이면 진달래가 산재해 꽃산행길로 각광을 받으며 4월초 관봉주변의 산벗나무가 개화하면 산 전체가 하얀 옷을 갈아입는 전경도 연출한다.

산행코스
▶ 서호면사무소~갈림길~상은적산~옥룡암터~구멍바위~용지봉~고인돌~함정굴~서호면사무소 4시간30분
▶ 서호면사무소~모개나무재~관봉~갈림길~불재~하은적산~양수장~백운동~학과저수지~면사무소 6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