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초·중·고 금상)
2015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초·중·고 금상)
  • 영광21
  • 승인 2015.10.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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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신발 가족

신보연/ 영광초2

울동생 쪼고만 엉덩이마냥
몰랑몰랑 샛노란 노란 고무신

닿아질까 몇 번 못 신은
곱디고운 별빛색 내 구두

말라깽이 신경질쟁이 엄마 닮은
빼빼마른 빨간 엄마 운동화

폴폴 돼지냄새 굴처럼 어둔
울아빠 구깃구깃 못난이 장화

저녁이면
따뜻한 집에 돌아와
밥냄새 맡으면서 두런두런 말도 많아요


금상 고춧가루

정승훈/ 백수남초5

거인이 뿌렸을까?
산신령이 뿌렸을까?
상사화로 붉게 물든 불갑사

할머니 햇빛에 말려두신
고추 빻았다가
거인이 뿌렸나 보다
산신령이 호랑이 시켜
우리집 고추 가져갔나 보다

붉게 물든 불갑사
누군가 고춧가루 뿌린 듯
고운 빨강 가득하다

절인 배추에 양념 바르듯
돼지고기에 고추장 바르듯
불갑산에 뿌려 놓은 고춧가루
사람들 구경하라고
누군가 뿌렸나 보다

붉게 물든 불갑사
누군가 고춧가루 뿌린 듯
고운 빨강 가득하다
사람들도 불 발그레
상사화도 물이 든다


금상 가을엔 나도

김기정/ 해룡고2

가을 향기가
탐스럽게 익어가면
불갑사에는 불그스레한 마음이
피어나 추석을 알립니다

자동차, 신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 바라보며
1년간의 회포를 풀고
엄마의 분주한 손길은
끊이지 않고 들여옵니다

각각의 그리움
마음, 꿈을 안고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라게 되는
풍성한 즐거운 추석

가을은 바랍니다
음식 냄새는커녕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문을 두드릴 수 있기를

상사화는 바랍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자신뿐이기를
가을엔 나도
한 송이의 불꽃을 가슴에 품고
이곳저곳에
따뜻한 불을 지펴
사랑과 포용을 만드는
엄마의 분주한 손길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금상 빨간아이

고은지/ 영광여중1

30여년전 어느 시골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던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그리 못하는 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선생님의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는 나에게 요상한 아이가 찾아왔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빨간색이다. 가방과 신발 모두 빨간색이었고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모두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으로 온 몸을 치장하던 그 아이는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오자마자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렇게 그 아이는 빨간아이라 불리게 됐고 아이들은 모두 빨간아이에게 말 한마디 걸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는 그저 평범함을 좋아했기 때문에 관심도 없었다.
하교를 하고 나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먼저 집에 가고 있던 빨간아이가 보였다. 나는 무시하고 나의 집으로 가려던 찰라 빨간아이가 가고 있는 길이 우리집으로 가는 길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빨간아이와 나는 등교와 하교까지 같이 하게 되며 급속도로 친해졌고 소위 말하는 단짝이 됐다. 학교 근처의 분식점에서 빨간아이와 함께 떡볶이를 사먹기도 하였고 학교에 남아 그네를 타면서 깔깔 웃기도 하였다. 나와 함께 해주는 빨간아이가 고마웠다. 빨간아이 덕분에 웃으면서 학기를 보냈다.
어느 날이었다. 함께 등교하려고 빨간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시간이 지나서도 빨간아이가 나오지 않아서 결국 먼저 등교했고 빨간아이는 그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나는 하교를 하자마자 빨간아이의 집에 찾아갔다. 빨간아이는 담벼락에 기대 앉아서 울고 있었고 온 몸에는 멍자국이 선명했다. 겁에 질린 나머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빨간아이는 얼마후 인근 보육원에 보내졌고 나중에 알고보니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 아픔에도 내게 웃어주었던 빨간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눈물을 남몰래 흘렸다. 그날 이후 빨간아이를 만난 적도 소식을 접한 적도 없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학교에 피어 있었던 상사화를 보면 빨간아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길가에 조그맣게 피어난 빨간 들꽃에도 말이다.
빨간아이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였고 만약 다시 만난다면 가장 먼저 안아보고 싶다. 보고 싶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