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업농을 꿈꾸는 행복한 농사꾼!
대규모 기업농을 꿈꾸는 행복한 농사꾼!
  • 영광21
  • 승인 2015.11.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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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 백수읍 한민호씨

백수읍의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좁은 마을길 옆 낮은 담장의 집이 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집의 풍경이다.
집 앞으로는 대형 비닐하우스와 논이 펼쳐져 있고 농기계를 조작하며 땀 흘려 일하는 젊은 청년이 보인다.
5년전 귀농해 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 한민호(35)씨는 흔한 풍경 속에 흔하지 않은 젊은 농사꾼이다.
한민호씨는 “농사일도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기보다 재밌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어서 직장생활이나 사업보다 좋은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할머니의 반대와 소망
서울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했던 한민호씨는 여러 사업을 하며 나름대로 경제적 여유도 갖췄지만 사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고향인 백수로 내려왔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할머니의 반대가 가장 마음 아팠던 그다. 한민호씨는 “아내도 설득해서 영광으로 귀농할 수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많이 반대하셨어요. 손자가 젊은 나이에 바깥에서 힘들게 일할 것이 마음 아프셨나 봐요. 평생 농사짓고 사셨으니 농사일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셔서 더 그러셨겠죠”라고 말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그가 귀농후 얼마 되지 않아 작은 땅을 손자에게 남기고 하늘로 가셨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그 작은 땅에서 할머니의 걱정과 소망을 가슴에 품고 노력한 그는 지금 논 10만여평, 하우스 1,000여평, 밭 5,000여평의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됐다.

기업농을 꿈꾸다
농사를 시작하며 그가 생각한 것은 ‘규모화’였다. 현재의 시장구조나 농업환경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특작물이 아닌 이상은 농사의 규모를 늘려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민호씨는 “처음부터 큰 규모의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요건을 갖추고 정보를 수집하며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인지 짧은 기간 안에 어느 정도의 규모는 갖출 수 있었죠”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농사를 접할 때 선배 농가에서 공짜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농법과 농기계 조작법 등을 배웠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열심히 공부해 농사꾼의 자질을 갖췄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젊은 나이와 열정, 패기 등으로 똘똘 뭉친 그는 3년만에 상당한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농사를 짓는 지금 이 순간이 사업으로 제법 큰 돈을 벌던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한다. “도시에 있을 때 10년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 막막했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어요. 공기도 좋고 운동도 되고요. 구속받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없어서 농사가 정말 좋아요.”
기업농을 꿈꾸는 그는 지금의 농사를 기업화해 더 체계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자신만의 확실한 농사 목표를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귀농에 성공한 그가 많은 귀농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젊은 농사꾼으로 남길 기대한다.
“저는 농사에 인생 걸었죠.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농사가 편하고 좋아요. 귀농하시는 분들도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서 행복하고 즐거운 귀농이 됐으면 좋겠네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