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그릇도 소중하죠”
“따뜻한 밥 한그릇도 소중하죠”
  • 박청
  • 승인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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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마을 녹돈, 청둥오리 영광점
“돼지한테 녹차 잎을 먹여 키웁니까?”하는 말에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에 귤을 먹고 앉아 있던 아주머니도 함께 따라 웃으면서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고, 녹차로 만든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랍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돼지는 보성에서 키웠고, 청둥오리도 똑같다. 사육하는 과정에서 먹이를 녹차로 만든 사료를 선택해서 먹인다. 그래서 녹차마을 녹돈이며 녹차마을 청둥오리란다. 전은덕(43)씨. 영광에도 녹차돼지가 있다고 작년 겨울에 얘기하길 레 두 번 식사하러 가서 만난 사람이다.

늘 찹찹하다, 조용하고. 그녀는 27년이란 세월을 약국에 종사해 오던 남편이 의약분업 때문에 약국을 그만두고 2000년 10월부터 지금하고 있는 식당을 함께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해 보는 식당이라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라 육체적으로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힘들었지만 이젠 느긋해진 편이다.

이곳에서는 얼리지 않은 생고기만 판매한다. 다른 고기에 비해 맛이 다른 것은 녹차 때문일까? 아님 얼리지 않아서 일까. 아마 둘 다 비결일 것이다. 오늘도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손님이 빡빡하다. 어쩔 땐 까다로운 손님이 있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업체에 비해 수월하다.

그녀가 하고 있는 봉사단체가 세네개 쯤 된다. 식당을 경영하기 전에는 마음놓고 봉사 활동을 해왔는데 요즘은 눈치가 보인단다. 자주 빠지게 되고, 몸은 사업장에 있어도 마음은 봉사현장에 가 있을 때가 많단다.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고 물었다. 노인들 목욕도 시켜드리고 독거노인들 손발도 되어 주고 싶다고 한다.

나 아닌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보고 싶단다. 그리고 초라한 사람에겐 따뜻한 밥 한 그릇 이라도 나눠주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새삼 여자이기 이전에 어머니를 느껴본다. ☎(061)353-9820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