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 영광21
  • 승인 2015.12.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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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례 어르신 / 불갑면 부춘리

“나 시집가는 날은 눈이 정말 많이 내려서 아주 추운 날이었어. 우리 영감이 영광에서 장성까지 걸어와서 우리 친정동네에서 결혼식을 올렸어. 6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
세월은 흘러 어느새 여든을 넘기고 이제는 건강하게 사는 것만이 최고라고 말하는 불갑면 부춘리 오정례(86) 어르신.
장성이 고향인 오 어르신은 꽃다운 열아홉의 나이에 1살 어린 남편을 만나 결혼후 2남3녀를 낳아 기르며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았다.
“우리 영감을 처음 봤을 때는 어찌나 새까맣게 생겼던지 마음에 안들더라니까. 그런데 살다보니 우리 영감만한 사람이 없었어. 큰며느리로 시집왔어도 시집살이 한번 안하고 잘 살았어”라고 말한다.
마음씨 좋은 시부모님을 만 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살았던 오 어르신은 젊은 시절 베를 짜고 바느질을 하며 농사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우리 시아버지는 글을 읽던 분이라 매일 앉아서 글만 읽으시고 우리 영감도 생전 손에 흙 한번 안 묻혀 보고 살았던 양반이라 일은 다 내몫이었지”라며 “우리 영감은 군남 포천 농조에서 33년을 근무했어”라고 얘기한다.

집안일을 도맡아하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새 자식들은 훌쩍 자라 제자리를 잘 찾아갔다.
오 어르신은 남편의 회갑기념으로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 남편과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라고 말한다.
“우리 부부는 워낙 서로 조심만 하고 살아서 한 평생 싸움한번 안하고 살았어. 자식들 다 키워놓고 늙어서는 같이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살려고 했는데 영감도 먼저 가버리고 없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6년전 정월대보름 전날 오토바이 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오 어르신은 “폐수술도 한번 하고 혈압도 높아서 건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도 병원 다니면서 살았으면 지금까지도 잘 살았을텐데 갑작스럽게 가버려서 안타깝지”라고 말한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적적할만도 한 오 어르신의 삶은 2주에 1번씩 꼭 찾아오는 큰아들과 종종 안부를 묻고 찾아오는 자식들 덕분에 흐뭇하다.
지난해 봄 갑작스레 건강이 나빠져 1달 넘게 병원에서 지내야 했지만 요즘에는 건강이 회복돼 마을 사람들에게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활짝 웃어 보이는 오 어르신.
현재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다는 오 어르신은 “지금처럼 잘 살다가 때되면 편하게 영감 만나러 갈꺼야”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