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방 뭐시라고 씨부려 싼당가.”
심청전의 한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웃음이 터질 법도 한 대사지만 어르신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하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창무극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영광문화원의 어르신문화나눔예술단(단장 김순례).
60대 이상 여성어르신 20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은 12월5일 영광매일시장 송년축제 공연을 앞두고 춤추고 노래하며 바닥에 구르기도 하는 등 실제 공연 마냥 열정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단원들은 “이 나이에 어디서 무대에 서보겠어.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정말 재밌고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좋아”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03년 창단해 12년째를 맞은 어르신문화나눔예술단은 1년에 10번 이상, 100회 이상의 공연을 10여년동안 소화해내고 있다. 80대 어르신이 4명이지만 누구하나 힘든 기색 없이 즐겁게 공연을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자역할도 수염 붙이고 하고 공연하러 복잡한 행사장 들어가면 바닷길 열리듯이 길이 열리는데 얼마나 재밌어.”
강원도 양구, 서울대공원, 서울 백범기념관, 낙월도, 경남 창녕, 함평국군병원 등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 형식의 무료공연을 통해 나이와 열정이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어르신문화나눔예술단이다.
어르신들은 영광문화원 한현선 사무국장의 지도로 심청전, 흥부가 등 잘 알려진 창무극 외에 영광지역의 전설을 극화한 ‘금박댕기가 너울너울’, 상사화 전설에 관한 ‘상사화로 피어나리’ 등의 창작 창무극을 전국에 선보이며 영광을 알리는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한현선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이 8시 공연이면 7시전에 모이세요. 분장하는 것도,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것도, 연습하는 것도 모두 진심으로 즐기고 계세요”라며 웃는다.
창무극을 하면서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는 김순례 단장, 대만에 가족이 있지만 창무극이 즐거워 10년째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손귀방 어르신, 10여년 동안 한번도 연습에 빠진 적이 없는 80대 어르신 4인방 등 모든 단원들은 나이를 초월해 각자의 열정과 즐거움으로 창무극을 즐기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