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반드시 고향을 찾아 자손을 남기고 죽는다. 연어처럼 고향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인생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군서면 만곡리 출신 김철성(65)씨는 서울, 광주에서 53년이라는 긴 객지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농사와는 관계없이 살았지만 고향 만곡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고향에서 즐겁고 건강하게, 돌아가신 부모님 곁에서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의 보람이라고 생각해 2년전 귀농하게 됐습니다.”
고향에서 열린 인생 3막
김철성씨는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건설회사를 운영해 왔다. 사업의 이유로 광주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했고 사업 수완을 발휘해 금세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는 “광주에서 이뤄놓은 것이 많아 지금도 부인이 광주에 남아 사업과 건물 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귀농을 결심하자 아내가 강하게 반대했지만 고향에서 하나둘 농사를 일구는 모습에 아내도 마음을 돌려 저를 돕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고향에서 인생의 3막을 펼치고 있는 김철성씨는 매실나무 500주, 단감 200주 등 과실수뿐 아니라 검은콩, 깨 등의 밭농사와 30여마리의 닭을 키우며 부지런하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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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을 생각하는 농사꾼
김철성씨는 귀농을 준비하며 무슨 농사가 좋을까 고민하던 중 건강에도 좋고 수요가 늘고 있는 매실을 떠올렸다. 요리에 매실액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고 최근 들어 김치에도 빠지지 않는 재료임을 생각한 것이다.
그는 “서양에 올리브가 있다면 동양에는 매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만 보더라도 우메보시라는 매실장아찌가 한국의 김치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매실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지만 조만간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준비하기 위해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농사를 전혀 몰랐지만 사업을 일구던 자신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모르는 것은 남들의 농사를 유심히 지켜보고 농업기술센터에 밥 먹듯 찾아가 궁금한 것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자신감으로 매실나무가 자라는 동안 검은콩, 깨 등의 농사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매실나무 묘목을 준비할 때 무등산 자락의 매실밭에 자주 찾아가 그곳의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지금은 주변에서 저한테 물어볼 정도가 됐죠”라며 웃는다.
농사뿐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널리 알리는 것에도 관심이 큰 그는 유황닭, 매실닭 등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키우며 서울, 광주에 있는 지인에게 유정란 등을 선물해 시골에서의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리고 있다.
“제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친구, 후배 등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도 귀농을 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귀농인이 많아져 함께 소통하며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요새 그는 귀농인들의 쉼터를 만들고자 집 옆의 건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개조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