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로이 노닐던 황소가 ‘음메’ 하고 긴 울음을 울면 대답이라도 하듯 이어지는 ‘멍멍’하는 강아지 소리.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영광읍 계송리 정영성(58)씨의 집은 소와 강아지와 사람이 어울려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2년전 스리랑카에서 고향인 영광으로 귀농한 정영성씨는 부모님이 살던 시골집을 물려받아 좋아하는 동물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원래 시골을 좋아했어요. 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외국에서 오랜 시간 살면서도 퇴직후에는 고향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죠.”
잊지 않고 찾은 고향
정영성씨는 영광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나머지 학창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전공을 살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외국계 섬유회사에 근무하며 지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그다.
퇴직후 학창시절을 보낸 서울에서 여유롭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정영성씨는 “아픈 것도 아니고 젊은데 뭐든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1년간 주택관리사, 수의학 관련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도 따고 남은 인생을 준비했죠”라고 말한다.
고향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동물을 기르며 살고 싶었고 부모님이 기르시던 소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마을의 막둥이가 되다
고향으로 내려올 당시 그의 나이는 56세. 회사에서는 영감님 소리를 들었던 그이지만 고향에 오니 마을의 막내가 돼버렸다. 그는 “시골이라 어르신들만 남아 계시더라고요. 이 나이에 막둥이가 될 줄은 몰랐죠”라며 웃는다.
16마리의 소와 ‘막둥이’ 호칭으로 시작한 정영성씨의 귀농생활은 부지런한 그의 성격 덕분에 금세 자리를 잡았고 1만4,000여평의 농사와 축산을 병행해 제법 소득도 올리고 있다고.
“제가 나름대로 소를 잘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축사가 바로 집 옆에 있기 때문이에요.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죠. 일례로 소를 키울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송아지인데 2 ~ 3일 밖에 안되는 소의 발정기를 놓치면 안 되거든요. 축사가 집 옆에 있어서 그런 점이 좋죠.”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가 소를 기르고 농사를 짓기까지 주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얘기하는 정영성씨다.
“농사를 지으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언제 뭘 해야 하는가였어요. 날씨와 그 해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거름도 주고 약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시기와 양을 몰랐죠. 따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역시 농사는 배움도 중요하지만 경험이 최고인 것 같아요.”
여느 귀농인들처럼 실수도 하고 도움도 받으며 아직 몸에 덜 밴 시골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정영성씨. 마을의 막둥이는 오늘도 경험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즐기며 스스로 ‘성공적인 귀농’이라고 자평할 수 있는 날까지 쉬지 않고 움직일 것이라 다짐한다.
“현재 계획은 집 위쪽에 새로 축사를 넓게 지어 소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에요. 마을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진 곳에서 소를 기르면 냄새 등 피해를 덜 드릴 것 같고 소들에게도 넓은 공간을 줄 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시골에서 즐겁게 살고 싶어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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