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현재 공식적으로는 음력이 쓰이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양력과 더불어 음력이 쓰이고 있다. 특히 농민이나 어민처럼 비교적 자연과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일수록 양력보다는 음력을 선호하고 있다. 음력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농사일정이나 어업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절기에 훨씬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음력이 양력보다는 과학적으로 지구 전체 현상에 가깝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력은 4년에 한번 2월의 날짜를 늘려서 주기의 차이를 해결한다. 이에 반해 음력은 윤달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서구의 과학자들조차 그 과학성에 감탄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음력 1월1일인 설날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 날을 신성시해 각종 풍습이 있었다. 그 중에서 민간에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는 조상에 대한 제사 세배 덕담 등이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 관습화된 설날의 풍습도 일제강점기에는 말살의 대상이 되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혼을 없애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예를들면 섣달 그믐 전 1주일 동안은 떡방앗간의 가동을 중지시켰고, 설날 아침에 흰옷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검은 물이 든 물총을 쏘아 옷을 얼룩지게 하는 등 갖가지 박해를 가했다.
일제의 숱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신정보다는 ‘구정’에 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많고, 추석과 마찬가지로 교통대란의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명절로 명맥을 이어왔다.
많은 아픔을 품고 오늘에 이른 을유년 설날을 앞두고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우선 금년은 을사보호조약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해방 60주년이며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 40년이 되는 역사적 무게를 짊어진 해이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됐으면 한다. 한일협정 관련문서 161권 중 겨우 5권만 공개되었는데 나머지 문서도 신속히 공개돼야 하고,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다음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비주류 고졸 출신이면서 국회의원 낙선자인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뭔가 세상을 바꿔 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노무현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힘든지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뛰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수의 정치권력에 의해 탄핵의 대상이 됐을 때도 국민의 힘으로 탄핵 세력들을 심판해서 더 나은 사회를 이루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재미있고 신명났다.
그러나 지금은 신명도 안나고 재미도 없다. 무엇 때문에 힘든 일을 겪으면서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왜 대통령 탄핵소추에 그렇게 가슴 아파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당장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원로와 각계 대표가 발표한 ‘2005 희망제안’을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답은 그 속에 모두 들어 있다.
사회통합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해 사람 중심의 경제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념과 빈부 등 갈등으로 갈가리 찢겨 활력을 잃고 가라앉는 절망의 순간에 절규처럼 다가오는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진보·중도·중도·보수의 인사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 자체부터 우리에게는 희망이다. 부디 금년에는 마음을 개운하게 하고 생활은 풍요롭게 하는 덕담이 오고가는 세상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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