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위해서 더 건강하게 살꺼야”
“자식들 위해서 더 건강하게 살꺼야”
  • 영광21
  • 승인 2015.12.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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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 이 어르신 / 홍농읍 진덕리

열일곱 봄날에 시집와 한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온 홍농읍 진덕리 성재동댁 김순이(85) 어르신.
세상물정 모르고 철없던 시절 9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김 어르신은 “어떻게 산지도 모르게 벌써 이만큼 늙어버렸네”라며 웃는다.
“내가 딸 셋에 아들만 다섯을 낳았어. 애들만 8명에 우리 부부까지 10명이니까 얼마나 북적북적 정신없이 살았겠어”라고 말한다.
8명의 자식들을 키우다보니 하루에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이면 김 어르신은 마을 샘에 가서 손수 방망이를 두드리며 빨래를 했다.
“그때는 집에 샘이 없던 시절이니까 한겨울에도 마을 샘에 나가서 얼음 깨서 빨래하고 그랬어. 각시때는 손이 참 고왔는데 찬물에 살림하고 살아서 지금은 손이 쭈글쭈글해”라고 얘기한다.
젊은 시절 내내 농사만 지으며 남편과 함께, 자식들과 함께 살았던 좋은 기억들은 어느새 빛바랜 추억이 됐다.

그 빛바랜 추억속엔 18년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기억도 가득하다.
“참 좋은 양반이었어. 아파서 병원생활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래도 자식들 다 키워놓고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라고 얘기한다.
남편이 떠나고 혼자 살아온 세월도 꽤 길지만 김 어르신은 가까이 사는 자식자랑에 여념이 없다.
“우리 큰아들, 셋째아들, 넷째아들, 큰딸이 다 영광에 살고 있어서 내가 든든해”라며 “우리 넷째아들은 우리 마을이장인데 마을을 위해서 참 열심히 일해”라고 말한다.
김 어르신은 제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자식들을 보며 ‘복덩이’라고 부른다.
“우리 복덩이들이 다 잘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렇게 못가르쳤어도 다 알아서 잘 커줬으니 참말로 복덩이들 아니겠어”라고 얘기한다.
김 어르신은 아들들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를 알뜰살뜰 챙기는 며느리들도 복덩이라며 엄지를 들어보인다.
오래전에 무릎수술을 하고 걷는 것이 불편하지만 매일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프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되지.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걸어다녀야 좋은 것이여”라며 “지팡이도 짚고 다니고 보조기구도 밀고 다니면 아직은 걸을만해”라고 말한다.
아직도 밥은 직접 해먹는다는 김 어르신은 이왕 살려면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마을에서 먹기는 내가 1등이지. 내가 건강해야 자식들도 잘 사는 거야. 나는 밥 많이 먹고 건강하게 살다가 갈꺼야”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0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