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울음소리만 들어도 뭐라는지 알죠”
“염소 울음소리만 들어도 뭐라는지 알죠”
  • 영광21
  • 승인 2015.12.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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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영광읍 김익기씨

축사에서 ‘메에’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자 집 문이 열리고 “오야. 간다” 답하며 한 남자가 나온다. 남자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젖병을 들고 새끼 염소에게 젖을 먹인다.
영광읍 신월리에서 염소를 기르며 <애예은농장>을 운영하는 김익기(54)씨는 4년째 염소들의 다정한 아빠로 살고 있다. 김익기씨는 “이제 울음소리를 들으면 뭐라고 하는지 다 알아요. 갓 낳은 새끼가 부르는지, 3일 정도 지난 놈이 부르는지 구별이 되죠”라며 웃는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염소들과 행복한 ‘동거’를 해오고 있는 그는 200여마리 염소들의 든든한 아버지다.

축산업자로의 변신
영광읍 신월리 출신으로 지금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광주에서 30여년간 건설중장비 사업을 하며 전국을 누볐다. 중장비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 그는 수년전부터 좋아하던 동물과 노후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축산업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하던 사업과 병행해서 소도 키우고 타조, 멧돼지도 키워봤어요. 그런데 사업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모두 실패하고 그때의 노하우를 살려서 염소농장을 하게 됐죠.”
동생의 추천으로 염소를 만나게 된 그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충청도, 경상도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염소농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보고 듣는 등 열심히 배웠다.
그 결과 지금은 영광에서 가장 큰 염소농장을 차리게 됐고 종자개량 등에도 앞장서며 (사)한국염소협회 영광지부장까지 맡게 됐다고.

자식처럼 기르는 염소
염소를 기르는 즐거움은 특히 새끼를 낳고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얘기하는 김익기씨. 축사에 들어서면 먼저 반기는 녀석들을 보면 자식 같은 마음이 들어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염소값이 좋아서 비싼 값에 염소를 판매할 때도 기분이 좋지만 평상시 저를 반겨주는 염소들을 보는게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라고 말한다.
‘나락도 사람 발소리를 들으며 큰다’는 말처럼 염소도 사람의 애정으로 자란다는 것이 김익기씨가 염소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귀농인, 초보 축산업자들에게 개량한 우량종을 판매하기도 하고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하는 등 지역내 염소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다.
하지만 정든 염소를 보낼 때는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고 얘기한다. “취미로 키우는 게 아닌 생업으로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염소들을 보낼 때는 항상 가슴이 아프죠. 특히 어릴 때부터 직접 젖을 먹여 기른 놈들이 떠날 때는 가슴이 찡해요.”
겨울이면 추위로 염소들이 번식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요즘 같은 때에는 ‘염소들이 부르지는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하며 그의 마음은 온통 축사로 향해 있다.
“지금의 생활이 즐겁고 좋지만 축사가 좁은 편이라 염소들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넓힐 계획을 갖고 준비중이에요. 마리수도 1,000마리까지 늘려 더 많은 염소를 기르고 싶어요.”
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염소들은 오늘도 ‘매에’하는 행복한 울음을 울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