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감도 내가 행복하길 바랄 거야”
“우리 영감도 내가 행복하길 바랄 거야”
  • 영광21
  • 승인 2016.01.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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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녀 어르신 / 묘량면 삼효리

세상물정 모르고 철없던 열일곱살에 시집와 시어머니께 살림을 배우고 다정다감한 남편과 한평생 행복하게 살아온 한대녀(84) 어르신.
봄의 기운이 슬슬 느껴지던 지난해 봄 남편은 기나긴 삶의 여정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와서 6남매 낳아서 키우고 영감이랑 도란도란 잘 살았지”라고 말하는 한 어르신은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젊어서부터 소를 키우고 논농사, 밭농사를 지으며 넉넉하지는 않았어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삶을 살았다.
한 어르신은 “고추도 심고 콩도 심고 그때는 수수농사를 많이 지어서 팔았었어.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 아버지 도와주고 하면서 농사일을 배웠지”라며 “우리 영감도 참 일을 잘했어. 이때까지 내 속 한번 안 썩이고 농사일도 열심히 했지”라고 말한다.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한 이불 덮고 자고 함께 마주앉아 밥을 먹던 남편이 없어 허전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한 어르신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보다 경로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집에서 혼자 뭐하겠어. 경로당도 가깝고 하니까 여기와서 앉아 있기만 해도 좋아”라고 얘기한다.
남편이 떠난 후 광주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이 자주 찾아와 헛헛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고 있다.
“막내아들은 자주오고 다른 자식들은 멀리 사니까 자주는 못오고 전화는 꼬박꼬박 잘해”라며 “어려서부터 속 썩이는 놈 하나 없이 얌전해서 키우기가 수월했어”라고 말한다.
아침을 먹고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드라마도 보면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대녀 어르신.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참 살기 좋은 세상이야. 옛날에는 일이 해도해도 끝이 없고 무슨일이 그렇게 많았는지 바닥에 엉덩이 한번 붙일 새 없이 일만했었어”라고 말한다.
한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다리가 아파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지만 거동이 조금 불편한 것 외에는 아픈 곳이 없다고 자랑한다.
“혼자 있으니까 밥이 먹기 싫을 때도 있고 한데 영감 생각하고 자식들 생각해서 내가 더 건강해야지”라며 “하늘에 있는 우리 영감은 내가 건강하게 살길 바랄테니까 밥이라도 잘 먹어야지”라고 얘기한다.
한 어르신은 “나는 이제 늙었으니까 우리 아들들이랑 딸들이나 잘 먹고 잘살아야지”라며 자나깨나 자식걱정이 먼저다.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한 어르신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며 서서히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