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예전같지 않아도 감사하며 살아요”
“여건이 예전같지 않아도 감사하며 살아요”
  • 영광21
  • 승인 2016.02.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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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선 <매일시장 상인>

10여년전만 해도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하나라도 더 팔려는 사람들이 가득 넘쳤던 영광매일시장.
그곳에서 25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잊지 않고 찾는 손님들을 반기는 정효선(71)씨.
영광매일시장에서 <은이네 젓갈>을 운영하고 있는 정효선씨는 젓갈장사만 30년, 매일시장에서만 25년째인 매일시장 토박이다.
과거 이발소를 운영하던 남편이 홀로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종자 장사를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때쯤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종자를 팔았어요”라며 “염산면에 갔다가 젓갈파는 곳을 보고 젓갈장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젓갈장사를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정효선씨는 처음 염산면에서 젓갈을 구입해 돌아오던 그 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두우리에서 젓갈을 사서 영광으로 오는데 완행버스 기사가 절대 안실어주려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설득해서 탔는데 가다가 민가도 없는 곳에 내려놓고 가버리더라구요. 지나가던 사과장수가 집앞까지 태워다 줘서 왔던 기억이 나네요”라고 얘기한다.
그 시간이 어느새 흘러흘러 30년이 됐고 정효선씨도 어느새 일흔이 넘었다.
“주변에서 식당이나 비단장사를 하지 왜 젓갈장사를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전 이상하게 젓갈이 좋더라구요”라고 말하는 정효선씨.

그때 당시에는 젓갈을 드럼통으로 가져오면 닷새만에 모두 팔릴만큼 손님이 북적였지만 터미널이 사라지고 여러가지 환경이 변화하면서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킨 덕에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예전에는 목포까지 다니면서 직접 젓갈을 사오고 했는데 요즘에는 전화 한통이면 가져다 주니까 세상이 많이 좋아졌죠”라며 “요즘도 타지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김장철에 꼭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서 좋아요”라고 웃는다.
정효선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젓갈장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예전에는 생활을 해야하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제는 돈버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곳 생활이 내 생활이 됐고 사람들이 오고가면서 한번씩 들리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됐어요”라고 얘기한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정효선씨는 지금도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1만원을 벌면 1만원을 버는 만큼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장사를 할거예요”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