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농사꾼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블루베리 농사꾼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 영광21
  • 승인 2016.02.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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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 불갑면 정기석·김효순씨 부부

“상사화축제 구경 왔다가 경치가 좋고 저수지가 정말 예뻐서 눌러앉게 됐어요.”
9년전 불갑면으로 귀농한 정기석(64)·김효순(62)씨 부부. 부부는 함평, 장성이 고향이지만 불갑저수지의 경치에 반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아내 김효순씨는 “저희 아저씨가 낚시를 좋아하거든요. 내려올 때는 농사는 생각도 안하고 귀촌한다는 마음으로 왔죠. 그런데 6년전 시작한 농사가 지금은 즐거움이 됐네요”라고 말한다.
경치 좋은 불갑에서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려던 정기석씨는 어느새 블루베리 1,500여평, 복분자 600여평의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됐다.

사전 보며 시작한 농사
서울에서 25년여간 증권사에 근무했던 정기석씨는 퇴직후 시골에서 간단히 집만 짓고 살려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영광에 내려왔다.
좋아하는 낚시도 하고 산으로, 들로 제철나물도 캐러 다니던 정기석씨는 6년전 자식들과 노후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소득이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블루베리와 복분자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농사 용어를 몰라서 고생했어요. 사전을 찾아봐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에게 묻고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도 받으며 조금씩 배워나갔죠.”
시간이 흘러 블루베리, 복분자에 관한한 어느 정도 ‘프로’가 됐다는 정기석씨. 하지만 아직도 농업기술센터 등에 교육이 있다고 하면 꾸준히 참석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토종 블루베리 ‘정금’
정기석씨는 특히 우리나라 토종 블루베리인 정금을 재배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토종 블루베리를 수확해 지인들에게 더 좋은 블루베리를 선보이고 싶어서다.
“정금은 외국에서 들여온 일반적인 블루베리보다 여러 효능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요. 전남농업기술원에서도 찾아와 더 키워보자고 했지만 성공이나 소득에 욕심을 갖고 농사를 짓는게 아니라서 고사했죠.”
정기석씨는 수확한 작물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지인들에게 먼저 판매하고 남은 것을 공판장에 내고 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밭주변 풀메기 등 많은 일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어 부부는 “봄이 무서워요”라며 웃는다.

또 처음 불갑면에 왔을 때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준 마을 어르신들을 잊지 않고 마을회관에 떡, 한과 등을 직접 만들어 나누며 마을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정기석씨는 “아내가 한과나 떡 만드는 게 취미에요.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요”라고 말한다.
만물이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다가올 봄과 여름 풍성하게 열매 맺을 블루베리. 정기석씨는 그날을 기다리며 쌓인 눈을 헤치고 블루베리나무 관리에 열심이다.
“겨울이라고 해서 놀 수는 없어요. 쓸데없는 잔가지 정리를 해줘야 수확이 더 좋으니까 꾸준히 돌봐야죠.”
오늘도 정기석씨의 밭에는 ‘똑, 똑’하는 전지가위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있다.
“지금 이대로 건강하게, 물 흐르듯 사는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욕심 없이 좋은 분들과 나누며 농촌생활 즐기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