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에게서 찾은 귀농의 즐거움
자연과 사람에게서 찾은 귀농의 즐거움
  • 영광21
  • 승인 2016.02.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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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 영광읍 신맹열·박진순씨 부부

영광읍 고추시장 뒤 예쁜 주택들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야트막한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마당을 품은 아담한 집 한 채가 보인다.
3년전 귀농한 신맹열·박진순씨 부부는 이 집에서 한가로운 농촌생활을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일부러 찾지 않아도 대문을 열면 자연이 펼쳐져 있어 정말 좋습니다.”
바쁘기만 하던 도시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의 한가로운 농촌생활은 오늘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운동 삼아 시작한 농사
광주에서 평생을 직장에 몸담아 온 신맹열씨에게 농사일은 삽질 한번 안 해봤을 만큼 생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어 퇴직 후 3년만에 고향에 내려와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사일을 ‘일’로 여기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내 박진순씨는 “처음에는 무슨 농사냐며 반대도 했어요. 남편이 먼저 내려오고 저는 광주에 남아 주말부부로 지냈죠. 그런데 남편 혼자 곧잘 해나가는 것을 보고 저도 내려오게 됐어요”라며 웃는다.
지금은 1,300여평의 논과 500여평의 밭에서 쌀, 고추, 배추, 깨 등 다양한 작물을 수확해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고 있는 부부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농촌생활
농사 경험이 전혀 없던 신맹열씨는 처음 작물에 약을 언제 해야 하는지, 비료는 언제 줘야 하는지 전혀 지식이 없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신맹열씨는 “적절한 시기에 약도 해야 하는데 괜찮아 보여서 미뤘더니 하루 만에 벌레가 배춧잎을 다 갉아버려서 그때 내 작물에 맞는 적절한 시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라고 말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농사를 짓고 있는 신맹열씨. 그는 소작의 장점을 살려 마당에 벼를 깔아 말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주 밭을 찾아 작물을 둘러보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등 농사가 주는 재미를 쏠쏠히 즐기고 있다.

“벼를 햇볕에 말렸더니 맛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크게 판매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고 지인들에게 판매하거나 가족들과 나눠 먹는 것이 대부분이라 앞으로도 이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농사에서 얻는 즐거움뿐 아니라 또 다른 부부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가족, 친구들이 집을 찾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시골의 넓은 집에서 생활하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도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따뜻한 방 한켠을 내줘 편히 쉬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아내 박진순씨는 “명절이면 온 가족이 저희 집으로 모이고 여름 휴가철이면 저희 집으로 피서 오는 친구들이 있어 시골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골생활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웃는다.
도시보다 사람이 적은 시골에서 오히려 사람에게 배우고 나누며 또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의 즐거움을 배우고 있는 부부의 행복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길 기대한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