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봉 정 생태여성자치센터장
“밥은 잘 됐는지 모르겠네”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방학중에도 학교에 나가 공부하는 아들의 간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고3 수험생 엄마 채봉정(41)씨. 그는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의 유부초밥을 정성껏 만들고 있었다.2남3녀의 셋째딸로 광주가 고향인 채 씨는 결혼해 18년간 월산리에 살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논농사와 고추 수박 감자 배추 무 등 밭농사 4,000여평을 남편과 함께 지으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1남2녀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다.
여성의 전화 창단멤버인 그는 준비위를 맡으며 여성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3년 전에는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아 일했었다. 또 지난해 창단한 ‘생태여성자치센터장’을 맡아 지역환경보존을 위해 앞장서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생태여성자치센터는 여성의 전화, 천주교 생평지기, 원불교여성회, 여성문화연구소 등 4개 단체 여성회원들이 뜻을 모아 발족한 단체이다. 이들은 지역의 자연과 환경, 생명, 재산 등을 지키기 위한 ‘생태-평화기행’’반핵-생태체험’등을 펼치며 지역주민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실천적인 활동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똥살리기, 땅살리기’라는 회원모임을 통해 자연살리기에도 주력해 나가고 있다.
채 씨를 지켜본 생태여성자치센터의 한 회원은 “월산리는 대부분 친인척간이 모여 살고 있으며 혼자사는 독거노인들이 대부분이다”며 “채 회장은 이런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돼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매사 긍정적이고 부지런히 생활해 회원들에게 크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황토 흙 밟는 기쁨을 맛보며 땅과 교감하다보면 행복이 절로 밀려온다”는 채 씨. 그는 “모든 사람이 다 떠나도 혼자서라도 농촌을 꼭 지키나가고 싶다 “며 “올바른 농업정책으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길 바라며 많은 사람들이 태어난 고향을 그리고 지역을 지키며 땅과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고 농촌사랑과 소망을 밝혔다.
“농촌에 살며 직접 농사지은 먹거리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농촌에 사는 기쁨 중에 하나이다”며 일상의 작은보람을 표시한 채 씨. 그는 전문농사꾼으로 여성운동가로서의 강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채 씨처럼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여성,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삶속에서 힘과 용기를 그리고 희망을 찾아가는 여성, 이들이 바로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이 시대의 보물단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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