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저수지에 귀농한 ‘잉꼬 부부’의 알콩달콩 삶
불갑저수지에 귀농한 ‘잉꼬 부부’의 알콩달콩 삶
  • 영광21
  • 승인 2016.03.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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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 불갑면 박병남·김연숙씨 부부

수면에 하얀 물안개가 가득하다. 고요한 새벽 신비롭고 이국적이기도 한 불갑저수지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해가 떠올라 한줄기 햇살이 비치면 어느새 안개는 사라지고 황금빛으로 물든 눈부신 수면이 시야에 한가득 차오른다.
5년전 귀농한 불갑면 금계리의 박병남·김연숙씨는 그들의 집에 <전망 좋은 펜션>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불갑저수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공유하고 있다.
박병남씨는 “처음 왔을 때는 좋은 경치를 즐기면서 노후를 보내려고 2층으로 집을 지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펜션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권유로 2층은 손님들께 양보하고 있습니다”라며 웃는다.

힘들었던 도시생활
박병남씨는 고향인 불갑에 내려오기 전 24년간 경기도 안양 등에서 호프집, 치킨집 등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어느날 아내 김연숙씨가 다치고 장사를 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미련없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박병남씨 부부.
“젊어서 직장도 다니고 노점상도 해봤고 어느 회사의 구내식당 운영까지 살기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살았습니다. 자영업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지만 60대에 접어들면서 고향에 내려가 편안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했죠.”
도시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부부지만 의용소방대, 지역발전협의회 등 다양한 활동과 봉사까지 할 정도로 부지런했던 박병남씨. 그는 고향에 내려와 작지만 농사도 짓고 펜션도 운영하며 아내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잉꼬부부의 농사 적응기
박병남씨 부부는 함께 고생한 세월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6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 어딜 가든 신혼처럼 손을 잡고 다닌다는 부부. 고추 모종을 살피고 들어오던 박병남씨는 “여보야. 전기가 나갔나 봐”라며 다정하게 아내를 부른다.
박병남씨는 “아내에게 항상 고맙기 때문인지 다정하게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습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에도 항상 곁을 지켜준 아내가 정말 예쁘죠”라며 웃는다.
이렇게 다정한 부부는 3,000여평의 밭에서 여름이면 고추, 겨울이면 양파를 재배하며 수확의 기쁨과 커가는 작물이 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아내 김연숙씨는 “하우스에 고추 모종을 키우고 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작고 귀엽거든요. 또 여름에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을 때 가지 하나를 들면 피아노 건반처럼 고추가 좌르륵 펼쳐지는 모습이 정말 신기해서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평생을 농사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지만 어릴 적 경험과 농사를 짓기 위해 공부한 내용 등을 토대로 욕심없이 농사를 즐기고 있는 부부다.
부부는 “농사뿐 아니라 펜션을 운영하며 지인들이 놀러와 쉬다 가기도 하고 예쁜 경치를 배경으로 밤새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귀농하길 잘했고 농사도, 펜션도 다 잘한 일이죠”라며 입을 모은다.
힘들게 살았던 긴 세월을 늦게나마 고향에서 보상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박병남씨 부부의 ‘지금처럼만’이라는 소망처럼 그들이 항상 행복하길 기대한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