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본의 만행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본의 만행
  • 영광21
  • 승인 2016.03.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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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97주년 정오, 전주 한옥마을 인근 기억의 광장에 침묵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일흔이 넘는 할아버지부터 여섯살 아이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80여명이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33명은 의자에 앉았고 나머지는 그들을 둘러싸고 섰다. 하얀색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은 여고생들과 엄마의 무릎에 앉은 아이들이 보였다. 모인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노란색 메가폰을 꺼내 들었다.
소녀상 뒤편으로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외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입에 댄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조용히 바라보더니 이윽고 옆에 있는 상자에서 메가폰을 꺼내 그들 옆에 서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들이 몰려와서 촬영을 했다. 참다못한 아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래도 정적은 이어졌다. 그렇게 31분이 지난 후에야 그들은 침묵을 깨고 함성을 질렀다. “아베는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목청껏 외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침묵의 소리는 전북겨레하나가 제안했다. 지난해 8월13일 제막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함께 했던 시민들과 SNS에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동의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간 회담결과 마침내 그 합의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대다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법적책임을 인정하고 배상 등 후속조치 사업을 이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일간의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10억엔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위로금과 의료비 등의 형태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개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43명, 상당수 할머니들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무엇보다 먼저 일본 정부가 조직적인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명백히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 정부는 합의안 발표 이후에도 일본 정부와 군이 가해자임을 부인하고 있다. 한·일간 개인배상도 지난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인권 범죄임을 인정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민변에서는 한·일간 위안부 협상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한·일 두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 없는 합의는 힘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3·1절을 지내면서 한·일 양국 정부의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을 촉구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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