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살다보니까 어느새 이만큼이나 늙었네.”
군서면 만곡리 갈마마을이 고향인 정순례(84) 어르신. 정 어르신에게 갈마마을은 태어난 고향이면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따뜻한 엄마 품과 같은 마을이다.
“내 나이가 84살인데 이 동네에서 84년째 살고 있는 거야”라며 “멀리 가서 못살아본 것이 아쉽기는 해도 나는 여기가 좋아”라고 말하는 정 어르신.
정 어르신은 7남매 중 둘째딸로 태어나 18살에 한동네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온 남편과 결혼한 후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내 여동생도 나처럼 이 동네로 시집가서 나랑 똑같이 살고 있어”라며 웃는 정 어르신은 20여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여동생과 서로 의지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작은 규모지만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운 정 어르신은 한 평생을 자식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 시절에는 다 그렇지. 우리 아들, 딸들이 어디 가서 밥만 안 굶고 살아도 좋은 거지”라며 “우리 자식들은 속 한번 안 썩이고 잘 살았어”라며 아들, 딸 자랑에 어르신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 담긴다.
자식들을 위한 희생만 있었던 긴 시간이었고 고생했던 일은 말로 다 못하지만 정 어르신은 그 시간들이 모두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형제들도 다 먼저 떠나고 이제 여동생이랑 나만 남았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많이 되지”라며 웃는다.
정 어르신은 다리가 불편해 오래 걸을 수 없지만 매일 보조기구를 밀고 천천히 마을 풍경을 즐기며 경로당에 나간다.
“요새는 동네사람들이 다들 인삼밭에 일 다니느라 경로당에 사람이 없는데 체조선생님 올 때는 다모여서 같이 운동하고 있어”라며 “체조하면 재미있고 좋은데 다리가 아파서 일어서지 못하니까 앉아서만 하는데 마음은 항상 굴뚝같아”라고 얘기한다.
정 어르신은 남편이 떠난후 홀로 농사를 지으며 고군분투 했던 결과로 다리가 아팠지만 덕분에 편안히 쉴 수 있다며 밝게 웃어 보인다.
“논에다 모를 심어 놨는데 비가 많이 오길래 물꼬를 트고 왔는데 그날 저녁에 다리가 아프더니 지금까지 아파”라며 “그래도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어 다행이지”라고 말한다.
정 어르신은 여동생이라도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아들과 딸, 여동생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
정순례 어르신 / 군서면 만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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