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되찾은 여유와 행복 만끽”
“고향에서 되찾은 여유와 행복 만끽”
  • 영광21
  • 승인 2016.04.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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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영광읍 박선봉·강숙녀 씨 부부

“고향에 다시 오니 마음도 편하고 한결 살기도 편합니다.”
고향을 떠난지 33년만에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박선봉(52)·강숙녀(49)씨 부부.
서울에서 25년간 고기유통업을 했던 박선봉씨는 지난 2011년 고향을 다시 찾아왔다.
“오랫동안 새벽 일을 하다보니 제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마침 아버지가 아프셔서 고향에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며 “항상 고향에 다시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라는 박선봉씨.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해 하루종일 쉴새 없이 뛰어다녔던 누구보다 부지런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이 넘는 시간을 고된 일을 하다보니 건강이 나빠진 것이다.
남편 선봉씨는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하루하루가 다르고 건강도 많이 회복됐어요”라고 얘기한다.

백수읍이 고향이지만 중학교 졸업 이후 고향을 떠나 살았던 아내 숙녀씨도 “답답한 도시를 떠나 탁 트인 곳에서 사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접해본 것 외에는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부부는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함께 농업대학도 1년간 다니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차츰 농사도 자리를 잡았어요”라며 “아버지가 안계셨으면 지금만큼 못했을 겁니다”라는 남편 선봉씨.

서툰 농사에 실패도 여러번
지금은 2만여평이 넘는 농사를 지을 만큼 성장했지만 처음 농사를 시작할 당시 마늘밭에 풀약을 하는 이웃을 보고 풀약을 했다가 심어놓은 마늘이 다 죽어버리기도 했다.
“그때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똑같이 따라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10접을 심었는데 겨우 1접밖에 못살렸어요”라며 웃는 선봉씨는 “올해는 처음으로 마늘이 잘 됐어요”라며 자랑한다.
벼와 고추, 마늘, 야콘, 울금 등을 심고 가꾸며 형제들과 나눠먹는 재미에 푹 빠진 부부. 4남매를 두고 있는 부부는 “저희는 고향이니까 금새 적응했는데 우리 막내아들은 서울생활을 그리워 했었어요”라며 “객지생활을 하고 있는 첫째와 둘째도 가끔씩 집에 오면 저희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농사의 재미를 느껴가다
아내 숙녀씨는 “지금은 농사도 기계화 돼서 손이 많이 안가는 편이라 크게 힘든 점은 없는 것 같아요”라며 “지난해에는 고구마 농사가 정말 잘돼서 다 나눠 먹었어요”라며 웃는다.
몰랐던 기술을 배우고 방법을 배우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진 부부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농사는 무조건 풍년이길 바라고 무슨일이든 잘 되기만 바라면서 사는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라며 “농사는 잠깐 고생하고 나면 1년에 5 ~ 6개월 정도는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좋은 것 같아요”라는 선봉씨.

서툴지만 함께 일군 농산물로 이웃과 나누고 형제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한 부부는 “지금처럼 즐겁게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