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살기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네”
“참 살기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네”
  • 영광21
  • 승인 2016.04.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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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 어르신 백수읍 홍곡리

“18살에 시집와서 이 동네에서만 70년을 살았어. 내 청춘이 다 가고 없네.”
아기자기한 돌담이 쌓인 길옆으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맑은 시냇물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백수읍 홍곡리 묘동마을.
꽃처럼 예뻤던 시절은 다 지나고 함께 사는 사람은 없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많아 행복한 박영자(88) 어르신.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박 어르신은 6남매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박 어르신은 “젊었을 적에는 예쁘다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주름이 가득해”라며 웃는다.
환한 미소에 여전히 새색시 같은 수줍음이 담겨 있다.
박 어르신은 “참 나이를 먹은지도 모르게 먹어버렸어”라며 “일만 많이 하고 힘들었어도 그럴 때가 좋았어”라고 말한다.
예전 같았으면 농사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요즘, 박 어르신은 매일 경로당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
박 어르신은 “나도 젊어서는 일 많이 했지. 마늘농사 지어서 장에 가서 팔기도 하고 논농사, 밭농사 안해본 것 없이 다했어”라며 “마늘 판 돈으로 우리 식구들 맛있는 고기반찬 한번이라도 더 먹어보고 없이 살아도 식구들 북적이던 그때가 좋았지”라고 얘기한다.
11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지금은 홀로 살고 있지만 염산에 살고 있는 딸과 마을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박 어르신은 살만하다.
“우리 딸이 가까이 사니까 병원 갈 때도 와서 데리고 가주고 좋지”라며 “다른 아들, 딸들도 광주 쪽에 사니까 자주 오고가고 해”라고 얘기한다.
크는 동안 속 한번 안썩이고 잘 커준 아들, 딸들과 살아생전 누구보다 다정해 마을에서 자상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남편이 있어 박 어르신의 삶은 행복하기만 했다.
박 어르신은 “나 혼자 살아도 요새는 기술이 좋으니까 밥은 밥통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얼마나 좋아”라며 “옛날에는 빨래도 다 방망이로 두드려서 하고 한겨울에는 찬물에다 손넣고 살림해야 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라며 웃는다.
지금은 다리가 아파서 일을 전혀 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듯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경로당에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박 어르신은 “우리 동네가 젊은 아낙들이 많은데다 워낙 인심이 좋아서 살기가 좋아”라고 말한다.
박 어르신은 “지금도 다리가 많이 아프기는 하는데 지금보다 더 아프지 않고 잘 살고 싶은게 내 소원이야”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