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의 참 맛을 느끼며 살아요”
“귀농의 참 맛을 느끼며 살아요”
  • 영광21
  • 승인 2016.05.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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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군남면 백연기·서미라씨 부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청년은 머나먼 타지에서 바쁜 일상에 쫓겨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지난 2013년 고향인 영광으로 귀농한 백연기(76)·서미라(70)씨 부부는 3남매를 출가시킨후 여유로운 삶을 위해 귀농을 선택했다.
고향을 떠난지 50년만에 돌아왔다는 남편 백연기씨는 서울에서 건축사업을 하며 번듯한 기업체의 사장님으로 긴 세월을 살았지만 마음 속 한켠에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래서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킨후 고향으로 귀농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모은 뒤 귀농을 하게 됐다.

50년만에 다시 고향에
광주가 고향인 아내 서미라씨는 롯데백화점의 창설멤버로 오랜 시간 일하다 정년퇴직후 남편의 뒤를 따랐다.
남편 백연기씨는 “원래 고향은 불갑인데 제 팔자가 고향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팔자라더군요. 그래서 다른 곳에 집을 사려고 2년동안 영광지역 전체를 돌아 다녔어요”라고 말한다.
오랜 고민 끝에 군남면 양덕리에 자리를 잡은 부부는 오래된 주택을 구입해 1년동안 손수 수리를 하고 온통 풀밭이었던 땅을 개간해 작물을 심었다.
워낙 오래된 주택이라 집을 산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들었다며 호탕하게 웃는 부부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여유와 행복이 느껴진다.
아내 서미라씨는 “반평생을 도시생활만 하다가 시골에 와서 사니 정말 좋아요”라며 “공기가 워낙 좋아서 도시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라고 얘기한다.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에 빠지다
부부는 집 주변에 작은 밭을 마련해 마늘, 고구마, 땅콩 등을 심었지만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이웃집 할머니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하나씩 배워 나갔다.
“마을 인심이 워낙 좋아서 농사도 쉽게 배울 수 있었죠”라며 “도시에서 살 때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서는 뭐든 이웃과 함께 하니 즐겁습니다”라는 남편 백연기씨.
아내는 “100평도 안 되는 밭을 가지고 둘이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몰라요”라며 “정말 농사는 풀과의 전쟁인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농사는 처음이지만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에 푹 빠진 부부는 겨울이면 직접 기른 배추로 가족들과 함께 김장을 담가 나눠먹는 등 나누는 재미로 살고 있다.
이렇게 적응하기까지 아내 서미라씨는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끼고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봄·가을이면 찾아오는 친구들과 정이 넘치는 이웃들 덕분에 이제는 영광댁이 다 됐다.
“큰돈은 없어도 지금 이 생활이 행복하기만 해요”라며 “우리 3남매가 매달 용돈을 보내주면서 절대 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요”라는 부부.
아내 서미라씨는 오랜 도시생활로 시골생활이 불편할 법 하지만 누구보다 밝은 웃음을 지니고 있다.
아내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배달도 다되고 영광읍에 살고 있는 시숙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백연기씨는 “내 고향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처럼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여유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