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해도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지. 매일 걷다 쉬고, 걷다 쉬고 그렇게 천천히 살고 있어.”
내리쬐는 뙤약볕에서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일하며 가족을 챙기느라 곱기만 하던 얼굴은 새카맣게 타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이제는 느릿느릿한 걸음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 강정임(85) 어르신.
21살 꽃처럼 예쁜 나이에 1살 어린 남편을 만나 결혼한 강 어르신은 아들 둘에 딸 둘을 낳아 키우며 쉼없는 삶을 살았다.
강 어르신은 “자식들 키우면서는 힘든 줄 모르고 살았는데 먹고 살기가 팍팍했지”라며 “농사를 하나도 안지어서 다른 사람 집에 일 다니면서 벌어서 먹고 살았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부터 홀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강 어르신은 4남매를 위해, 남편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리가 아픈 것을 빼면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고생했어도 이만큼 건강하게 사는 것은 참말로 복이지”라며 웃는 강 어르신.
10여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효심 가득한 4남매 덕분에 강 어르신은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젊은 시절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남편 때문에 속상했던 일도 많았지만 막상 곁에 없으니 허전하기만 하다.
강 어르신은 “우리 아들, 딸들 덕분에 이만큼 살았지. 잘 살고 있으니 자주 못봐도 안심이 돼”라며 “다 멀리 살아서 자주 오지는 못해도 전화는 꼬박꼬박 해주니 곁에 있는 것 같아서 좋아”라고 얘기한다.
매일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강 어르신은 또래 어르신들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 TV도 보며 하루를 보낸다.
“경로당에 나오면 사람들이 많을 때는 화투도 치고 하지. 요새는 농사철이라 다들 일하러 가고 맨날 셋이서 놀아”라며 웃는 강 어르신.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인 강 어르신을 마을사람들은 “젊어서는 얼마나 부지런히 일도 잘하고 그랬는지 몰라”라며 “혼자서 고생 많이 했어”라며 입을 모은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밥을 잘 먹는 것이라고 말하는 강 어르신은 “우리 같은 사람은 밥 힘으로 살아왔으니까 밥만 잘 먹어도 나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어”라고 얘기한다.
남은 여생은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강 어르신은 “나보다도 우리 아들, 딸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
강정임 어르신 대마면 홍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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