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가 악화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
양화가 악화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
  • 영광21
  • 승인 2016.05.19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창시절 이해가 안 되는 문구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자주 혼동되는 말이었다.
16세기 영국의 금융업자이며 사업가였던 그레샴의 말로 <그레샴의 법칙>으로 유명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만들어낸다, 나쁜 요인이 긍정적인 현상을 만들어낸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말인가.
그런데 이 말의 함정이 바로 ‘구축’이라는데 있어서였다는 것은 한참 뒤에 알고서야 이해가 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구축은 ‘어떤 시설물을 쌓아 올려 만들다’ 또는 ‘체제, 체계 따위의 기초를 닦아 세우다’는 의미의 구축構築이다.
그런데 <그레샴의 법칙>에서 말하는 구축은 ‘어떤 세력 따위를 몰아낸다’는 의미의 구축驅逐이었던 것이다.


이 말의 연원을 살펴보니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 16세기 영국 왕이었던 헨리 8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탕진하고 재정난을 극복하고자 당시 사용되던 화폐에 들어가는 금이나 은의 함량을 줄인 불량화폐 즉, 악화惡貨를 남발했다. 그러자 국민들은 더 많은 경제력을 얻고자 진짜 금화와 은화를 녹여 더 많은 ‘악화’로 바꿨다. 결국 시중에는 진짜 금화나 은화, 즉 양화良貨는 집안 깊숙한 곳으로 고이고이 사라지고 불량화폐만 사용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그러자 왕실의 재정고문이었던 그레샴은 헨리 8세의 후계자인 엘리자베스 1세에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며 악화 제거를 요청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3년차인 1561년, 마침내 악화를 거둬들여 새 돈을 만들 것을 천명했지만 결국 100년이 지난 명예혁명 이후 등장한 시민정부에 이르러서야 화폐개혁을 통해 마침내 악화를 퇴출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요근래 간간히 생각해 보면 <그레샴의 법칙>이 꼭 4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굳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비정상이 일반화되고 몰염치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것을 보면 <그레샴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나 지역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 결코 정상이 아닐 것이다.
해법은 지도층이 바로 서고 모범을 보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도층이 바로 설 때 이를 보는 사람들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할 때만 지역사회나 국가적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세환 / 본사 발행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