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동네 골목대장이야”
“내가 우리동네 골목대장이야”
  • 영광21
  • 승인 2016.06.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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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숙 어르신 홍농읍 진덕리

고창군의 경계와 가까운 홍농읍의 작은 마을에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을 자랑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
올해로 90세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성정숙(90) 어르신.
28살 늦은 나이에 시집와 한평생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성 어르신은 기나긴 고생의 세월을 끝내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성 어르신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은 나이에 시집왔는데 나는 초혼이고 우리 남편은 재혼이었어”라며 “나는 시집을 오자마자 자식들부터 키웠어”라고 말한다.
성 어르신은 6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즐기기도 전에 아들, 딸들을 키우기에 바빴다.
“나는 내가 낳은 자식들이 아니어도 내 친자식이다 생각하고 키웠어”라며 “그때는 젊으니까 농사도 짓고 이일, 저일 안 가리고 막 했지”라고 얘기한다.
젊은 시절부터 워낙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성 어르신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살았다.
47살 아직은 창창한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6남매를 책임져야 했던 성 어르신은 “나는 죽 한그릇 배불리 먹어보지 못했어도 자식들은 다 먹이고 살았어”라고 말한다.
배아파 낳은 아들, 딸은 아니지만 6남매의 든든한 엄마로 살아온 성 어르신. 이제는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남아 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부지런하고 씩씩한 모습은 마을 최고를 자랑한다.
마을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한지 지금도 경로당에 나오면 국수도 삶고 밥도 하고 나눠먹는 재미로 살아”라며 “저 양반이 우리 동네 밥당번이야. 솜씨가 참 좋아”라고 칭찬한다.
성 어르신은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내 식구니까 한끼라도 맛있게 나눠 먹고 그러면 좋지”라며 “마을사람들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겄어”라고 얘기한다.
1주일에 한번씩 병원에 다니면서 아픈 다리를 치료하고 있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성 어르신의 모습에 마을사람들도 덩달아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이고 이제 일은 못하겄어. 저번에 파모종하는데 가서 하루 일해주고 처음으로 돈도 벌어봤는데 그 다음날 온몸이 쑤셔서 고생했어”라고 말한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외로울 때가 있을 법도 하지만 성정숙 어르신에게 외로움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성정숙 어르신은 “나는 지금처럼 살면 100살도 더 넘게 살 것 같아”라며 “마을사람들이랑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거야”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