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고생 안시키는 것이 제일이지”
“자식들 고생 안시키는 것이 제일이지”
  • 영광21
  • 승인 2016.06.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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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근 어르신 / 불갑면 건무리

“이맘때는 농사일로 한창 바빴을 것인디. 이제는 나이도 많이 먹고 몸이 성하지 못하니까 일을 못하네.”
밥 한끼 편히 앉아 먹지 못하고 그늘 아래서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는 조윤근(85) 어르신.
열일곱 처녀의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해졌지만 가족을 위해 했던 고생은 힘들지 않았다.
8살 연상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한 후 아들 셋에 딸 둘, 5남매를 낳아 기르며 바쁜 삶을 살았다.
조윤근 어르신은 “나 젊어서는 농사일이 전부였어. 뭐 하나라도 더 해서 먹고 사는 것이 일이니까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어”라고 말한다.
이른 봄부터 일군 밭에 콩과 고추, 모조 등을 심고 가꾸며 봄부터 가을까지 일하느라 아들,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그때는 애들을 봐줄 사람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애들만 집에 놔두고 나는 일하러 나갔지”라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어떻게 키웠는지도 모르게 다 커버렸어”라고 얘기한다.
마을사람들은 “이 집 영감님이 얼마나 일도 잘하고 부지런했는지 동네에서 소문 났었어”라고 입을 모은다.
꽃구경 한번 못가보고 바쁘게 살았지만 언제나 다정다감한 남편이 있어 든든했던 조 어르신. 11년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조 어르신은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몇해전 오랜 고생으로 많이 아팠던 다리를 수술한 후에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매일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리수술후 1주일에 3 ~ 4번씩 꼬박꼬박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챙기고 있는 조 어르신은 병원이라도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일도 못해. 자식들도 하지 말고 쉬라고 하니까 맨날 이렇게 놀아”라며 웃는 조 어르신은 “때 되면 병원가고 시간 나면 경로당 나오는 것이 내 일이야”라고 얘기한다.
아침을 먹고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 어르신은 함께 늙어가는 동무가 많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 아들, 딸들은 이제 다 자기들 먹고 살기 바쁘고 멀리 살아서 자주는 못보지”라며 “그래도 꼬박꼬박 안부전화하고 목소리라도 듣고 사니까 괜찮아”라고 말한다.
자식들 고생 안시키고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조 어르신은 “긴 병에 효자 없다 그랬어. 앞으로 살 때까지는 지금보다 더 안아프고 건강하게 살거야”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