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삶의 안식처이고 희망이다”
“바다는 삶의 안식처이고 희망이다”
  • 박은정
  • 승인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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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푸른바다와 갈매기 그리고 간혹 스치는 섬들은 멋과 낭만 그 차체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고요할 것만 같은 넓고 황량한 바다와 싸우며 꽃게를 잡고 각종 물고기들과 씨름하는 바다여성이 있다. 그가 바로 정귀님(48)씨.

홍농읍 칠곡리 선창금 마을.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어촌이다. 군서에서 시집와 29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정 씨는 “결혼한 후 바로 남편을 따라 바다로 나갔으니 고기잡이를 한지도 30년이 다 돼 간다”며 “거센 폭풍후속 망망대해에 남편과 단 둘이 남겨진 그 순간의 외로움과 공포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지만 바다는 삶을 채워주는 안식처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여성수산경영인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여성수산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힘써 나가고 있다. 그의 남편 또한 13살 때부터 어선을 타고 바다를 오간 바다사나이로서 바다와 평생을 함께 하고 있다.

정 씨의 남편은 “아내가 주로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가는 시기는 4월부터 10월까지이며 겨울철에는 혼자 실뱀장어 등을 잡고 있다”며 “아내가 지금까지 잘 도와준 덕에 이만큼 올 수 있었다”고 아내의 칭찬을 살짝 거들었다.

정 씨 부부는 어선 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용도에 따라 배를 운항하고 있다. 이렇게 남편과 함께 잡은 꽃게와 잡어들 모두는 법성 수협공판장을 통해 출하하고 있다. “물때에 따라 새벽 2시에 나가기도 하는 등 일정하지 않은 출항으로 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정 씨.

그는 “예전에는 요즘처럼 학교 급식이 없던 시절이라 도시락을 직접 챙겨 학교를 가던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그 흔한 학원 한곳을 보내지 못하며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했어도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라 준 것이 무엇보다 가장 고맙고 감사하다”고 지난 어렵던 시절을 회상했다. 정 씨는 슬하에 2남을 두고 있으며 모두 대학 졸업 후 취업해 부모의 걱정을 덜어 주고 있다.

눈만 뜨면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으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정귀님씨. 그는 “바다에 나가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누가 간섭하지 않으니 나름대로 편하고 자유롭다”며 “그래도 바다는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반듯이 제공하며 육지에서 일어나는 인간세상의 배반 같은 치졸한 행동을 하지 않으니 일단은 믿을 수가 있다”고 바다사랑을 내비쳤다.

아내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바다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는 정 씨는 “요즘은 여성이 배를 타면 재수가 있다”며 얼마 안 있으면 시작 될 꽃게잡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바다아줌마’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