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
졸업과 입학
  • 영광21
  • 승인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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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21시론 - 정용안 / 영광청년회의소 전회장
큰애가 초등학교 졸업을 엊그제 했습니다. 새삼 과거의 학창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검은 교복에 하얀 밀가루 세례는 일종의 교복 화형식이라고 하더군요. 학생이 학생다울 수 있고 어른과 청소년을 구별 짓는 쉬운 도구라 생각하면 학생들 입장에서 졸업식장에서의 교복이란 자유를 구속하는 장애물, 하루빨리 벗고 싶은 갑옷일 것임이 틀림없음으로 그러한 행위가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교복 입던 학창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졸업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졸업(卒業)이란 말이 한문으로는 ‘한 과정의 마침’을 의미하지만 영어에서의 졸업이란, 곧 graduation과 commencement를 의미합니다. Graduation이란 말은‘graduat`란 말에서 파생한 말로 ‘단계적이고 점차적인’이란 말입니다.

곧 ‘계속해서 성장, 발전하는 한 과정’이란 뜻이며, commencement란 말 또한‘시작, 개시’라는 말의 beginning이란 말과 같은 뜻이지요. 그러므로 결국 영어에서의 졸업이란 한 과정의 마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과정의 시작’이란 말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이야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과정에서 새로운 학문의 세계를 찾아 길을 떠나겠지만, 일찌감치 사회가 요구하는 과정을 마치고 색 바랜 졸업장을 앨범에 끼워 둔 우리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자녀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새로운 문명에 동조하고 바로 적응해서 살아가는 반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보수적 성향과 새로운 세계의 지식에 대한 반감으로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괜히 힘들어하며 자녀들에게 고립되고 끝내는 어버이와 자녀간에 대화의 단절을 초래하기까지 하지요.

기존에 배운 학문에 대해 지식의 진부화를 재촉하지 말고 그로 인해 사용 불가능한 박물관의 전시물로 변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이 기성세대 모두에게 요구된다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각 가정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자녀들의 학습공간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인 어버이들의 공부방입니다. 자녀들이 새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를 원하신다면 그 일의 시작은 우리 부모들이 감당하고 노력하는 자세여야 할 것입니다. 부모세대의 졸업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 줘야 합니다.

아무리 해도 부족하기만 한 학문탐구와 습득,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검색과 컴퓨터 사용방법에 대한 공부를 이제라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대화가 통하지 않은 답답함도 사라질 것이고 새롭게 알게 된 정보의 다양한 활용도에 스스로도 대견할 것이며 아이들을 스승삼아 묻고 답하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진 자녀의 숨결이 따스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목표를 갖고 학문에 임하면 입학인 셈이지요. 우리도 새로운 세계에 입학하여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로 도전합시다. 살면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공부라 했습니다.
우리 모두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이 기다리는 세계로 정진해 보면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