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에선 떠났지만 주민곁은 떠나진 않았다”
“일선에선 떠났지만 주민곁은 떠나진 않았다”
  • 박은정
  • 승인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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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칭찬릴레이 - 정봉주 씨 / 염산면
염산면 두우1구 당두마을에서 영농회장 12년과 마을이장을 10여년 넘게 맡아 왔다는 정봉주(64)씨.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은 몇 발짝만 걸어 나가도 갯벌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이다. 이곳에서 벼농사와 대파농사를 짓고 있는 정 씨는 이곳에 탯줄을 묻은 토박이로서 반세기를 넘게 살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영농회장을 맡아 일하던 정 씨는 “오랫동안 마을일을 해 왔지만 이젠 나이도 많이 들었고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마땅한 도리라 생각돼 일을 그만 두게 됐다”며 “지나고 생각하니 주민들을 위해 좀 더 애쓰지 못한 것들이 사뭇 아쉽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켰다.

어느 마을이나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맡아하는 심부름꾼이 있다. 정 씨가 바로 마을과 기관 사이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전달하고 주민의 애로사항을 잘 청취해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등 주민을 대표한 마을의 책임자로서 그 임무를 성실하게 잘 수행해 온 것이다.

그의 집에서 만난 전라남도에서 수여하는 표창을 비롯한 군수 표창 등 다수의 표창과 농협에서 받은 공로패, 우인들이 전달한 감사장 등이 그가 이뤄온 공과 쌓아온 덕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는 염산면 임오생들의 모임 회장도 오랫동안 맡아오다 이번에 자리를 넘겨줬다.

이렇게 마을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해 오던 정 씨. 그를 향한 마을 주민들은 “정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여”라며 “마을일이라면 모든 일을 제치고 언제나 앞장서 일했고 어떤 일이라도 맡겨진 일 만큼은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했제”라고 입을 모으며 그가 마을일을 떠나게 됨을 서운해했다.

정 씨는 “우리 마을은 밑천이 없어도 살 수 있다”며 “천연자원이 풍부한 바다와 갯벌을 끼고 있어 몸만 건강하다면 무엇이라도 채취해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지역특성을 밝히며 주민 모두가 안정되고 건강하길 소원했다.

그는 비록 일선에서 떠났지만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은 아직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정 씨 내 통장 좀 농협에 갖다 줄랑가” “어이 면에 가면 이것 좀 부탁하네”라며 그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마을 노인들의 부탁을 자상하게 들어주고 있는 정 씨. 그는 “이제 마을 노인회를 좀 챙겨야겠습니다”라며 “높은 나이 탓에 몸도 많이 쇠약해져 있고 기억도 흐려져 여러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노인들을 도우며 지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정 씨는 윗사람은 공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존경을 받는 마을의 어른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올곧은 일꾼의 모습으로 주민 곁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