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류생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맥류생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 영광21
  • 승인 2016.06.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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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개량·건조저장시설 설립 등 현실적 지원 필요

양파수확이 한창일 때였다. 수매현장을 지원하다 밀 포전을 갈아엎는 광경을 목격했다.
“왜, 애써 가꾸신 농작물을 갈아엎으신가요?”, “봐, 수확이나 하겠어? 콤바인 싹도 못 건져.” 푸념을 넘어 자책의 한탄이었다. 한해 농사는 자식 농사와 같다. 그 분의 가슴과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양파수매가 마무리 단계에 왔을 때맥류 콤바인 현장을 접했다. 품위가 엉망이다. 수매에 응할 수 없는 품위다. 기계값, 인건비는커녕 종자, 비료값도 건지지도 못할 품위인데도 수확해서 출하할 심사다. 한 톨이라도 건져야 하는 게 농심인데 무슨 말을 올려야 하나 하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뒤돌아섰다. 또 한번 농업인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말이다.
올해 밀, 보리는 병충해와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갈아엎은 농가도 많았고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수확량이 급감했다. 품위도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등외품 이하 품위도 많아 수매를 할 수가 없다. 특히 밀은 1 ~ 2등품만 수매할 수 있다. 맥류에 대한 국정수매가 없어진 지 오래다.
농협은 농가소득과 판로해결을 위해 업체와 납품계약해 농업인과 계약재배를 실시해 왔다. 농업인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품위에 하자가 있는 농산물을 수매할 수는 없다. 업체가 인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며칠전 납품업체가 현지확인차 방문해 품위상태를 확인했는데 계약된 품위 이외는 납품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납품물량 미이행에 따른 위약금 문제까지 거론한다.
생산농업인의 이러한 상황을 방관만하고 있을 수 없어 품위가 떨어진 밀 처분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모두 처리해 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농가의 수확량 감소와 품위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감안해 현상황을 관계기관에 방문해 농가지원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건의도 했다. 예산 문제로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정부는 국내 맥류생산을 장려하고 우리농산물 애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밀생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농협, 가공업체 등 밀 수매업체와 계약체결후 약정을 이행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수매량에 따라 지원한다. 올해는 갈아엎은 농가도 많고 수확량도 급감하고 해서 수매량이 아닌 재배면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 볼 사항인 것 같다. 

또 종자개량이 시급하다. 국내 맥류생산지원과 소비 촉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종자를 개량해 농가에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종자개량과 정부보급종 공급에는 무관심한 형국이다. 정부보급종은 일반종자보다 월등히 높아 재배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 보전도 어려워 쉽게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종자개량과 보급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맥류건조저장시설이 조속히 확대 지원돼야 한다. 맥류의 적기 수확지원으로 고품질 생산과 부족한 노동력 해소로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 판매거래처의 정선된 맥류납품 요구에 부응하며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DSC시설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경사회, 농경문화의 뿌리가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어디도 없다. 2차 산업 등 모든 산업의 뿌리는 농업이다.
곧 있으면 맥류수매가 시작된다. 농업인께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막막하다. 또한 농협의 여력이 부족해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하루빨리 농촌경제가 풀리고 농업인의 생활이 안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영광농협 지도경제과 최종학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