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잘되는 게 부모에게 최고 효도지”
“아들 딸 잘되는 게 부모에게 최고 효도지”
  • 영광21
  • 승인 2016.08.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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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례 어르신 / 백수읍 학산리

“동짓달에 혼례를 치르는데 그땐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울면서 약수리에서 대전리까지 걸어갔어. 우느라 추운 것도 잊어버리고 하염없이 걸어갔지”라며 옛 시절을 회상하는 이용례(81) 어르신.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동짓달 혼례를 치르기 위해 백수읍 약수리에서 출발해 대전리까지의 길을 서럽게 울며 걷던 19살 앳된 처녀는 어느새 81살의 노인이 됐다.
백수읍 약수리에서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이 어르신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19살의 나이에 21살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12마지기의 논에 벼농사를 지으며 딸 하나, 아들 셋을 고등학교까지 보냈다.
오랜 세월 해온 벼농사로 인해 곱디 곱던 두 손에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이용례 어르신은 자식들이 반듯하게 잘 자란 모습을 보면 가슴 가득 뿌듯함이 차오른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이 어르신은 남편과 함께 자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아끼고 또 아끼며 알뜰살뜰하게 살았다. 때로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부부는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50여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이용례 어르신은 “남편이 10년전 73살의 나이로 먼저 떠났어. 긴 세월을 함께 울고 웃으며 보냈는데 당연히 그립고 보고싶지. 그래도 애들이 전화도 자주하고 그래서 외롭지는 않아”라고 말한다.
때로는 살아생전 어느 누구보다도 자상했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슬픈 마음도 들곤 하지만 이 어르신의 곁에는 네 자녀들과 이웃들이 있기에 쓸쓸한 마음은 곧 사라진다.
딸과 아들 하나는 머나먼 일본 땅에, 아들 둘은 광주에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서도 효심 깊은 자녀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부전화를 하기에 이 어르신은 그리움을 달랠 수 있다고.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는데 농사를 짓겠어 뭘 하겠어. 평생을 일하면서 살아왔으니 이제는 경로당에서 신나게 체조도 하고 놀면서 지내야지”라며 웃는 이용례 어르신.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1주일에 3번씩 체조도 하고 있다는 이 어르신은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비록 자녀들은 자주 볼 수 없지만 늘 이 어르신의 곁에서 함께하는 가족 같은 이웃사촌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기에 이 어르신은 적적함을 느낄 틈도 없다.
여느 부모의 마음처럼 아들딸이 잘되는 것 하나만을 바란다는 이 어르신은 “아들딸이 잘 되는 것 말고 또 다른 소원이 뭐가 있겠어”라며 “자식들이 잘 되는 게 부모한테 가장 효도하는거야”라고 얘기한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