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 등을 극복한 농민들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황금들녘을 바라보면서 농업에 대한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옛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농업을 장려하는 말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농업은 인류의 문화발전과 국가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생명산업으로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공업 등 비생명산업 보다 중요성이 매우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인구가 70억명을 돌파하고 2050년에 90 ~ 100억명에 도달하면 지금보다 식량이 30 ~ 40%는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작물생산이 가능한 농경지의 대부분은 미국 등 몇몇 나라가 차지하고 있어 남북문제(북반구 선진국과 남반구 저개발국 사이의 소득격차)의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너져가는 농촌경제
더구나 1980년대 시작된 신자유주의 물결과 식량을 무기로 세계경제를 제패하려는 조치들로 농업도 세계무역의 한 분야로써 무한경쟁을 하게 됐다. 설상가상 ‘한·중 FTA 등이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함께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앞두고 농촌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농업은 잠재력이 높은 산업중의 하나이며 향후 30년간 가장 선망되는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다”며 “큰돈을 벌려면 지금이라도 땅을 사고 농사짓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기아는 신종기아新種飢餓라 할 만큼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입할 수 없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예언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농촌은 유례없는 대풍에 쌀값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생종벼 40kg 가격이 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5,000원 떨어진 30년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양곡 소비량이 1985년 143.9kg에서 지난해 62.9kg으로 감소해 30년만에 반 토막 수준이다.
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국내소비는 물론 가공식품 확대와 해외수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선농산물 수출액은 10억 달러로 2010년 이후 최저치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농도 전남의 자부심이었던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도 계속 감소 추세라서 큰 걱정이다.
설 자리 잃어가는 우리 농산물
며칠 후면 우리민족의 고유한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그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하는 계절로서 1년중 가장 큰 보름달을 맞이하니 마음이 즐겁고 풍족하며 덥거나 춥지 않아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선물 보따리와 귀성전쟁 그리고 성묘와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들이다.
선물이란 오래된 미풍양속으로 주거나 받는 사람간에 마음의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을 고르기란 쉽지가 않다. 선물은 시대의 흐름과 경제여건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내의에서부터 치약과 비누세트, 고가의 영양제와 현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천과정을 거쳤다.
서울신문(8월26일)에 따르면 유통업계가 진행한 한가위 선물세트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주고 싶은 선물에 과일이 한우, 상품권, 수산물 등과 함께 우선순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보면 망고, 아떼모야, 패션푸르트 같은 각종 희귀한 열대성 수입농산물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식탁에서의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의 생활이 수입농산물에 많이 노출돼 있지만 큰 규제가 없기 때문에 과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는 깊이 한번 생각 해봐야 할 문제다.
국산 농산물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추세로 국내 농업의 활성화와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해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중국시장은 연 1,00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농·식품 시장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우유, 라면, 떡볶기, 소면, 고추장, 간장, 조미김, 유자차 등은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으며 포도, 쌀도 수출을 시작했지만 중국시장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출목록도 대부분 가공식품이라서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는 더욱 막막해 보인다.
선물을 정이 깃든 농산물로
21세기는 고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농산물이 대세다. 전남도에서는 농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2002년부터 농업박람회를 개최했는데 내년에는 정부승인과 예산지원으로 국제농업박람회로 개최된다. 2017국제농업박람회는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2017년 10월26 ~ 11월5일까지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리는데 20개국 380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며 우수농산물 수출촉진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매년 개최하던 박람회를 올해부터는 2년 간격의 국제행사로만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올해는 행사가 개최되지 않으므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고장은 타지역보다 농업의 생산비중이 높은 곳으로 농업인들의 소득증대가 최대의 현안이다. 따라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구입해 주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추석맞이 성수품에 대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물은 상호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야 하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고가의 선물보다는 정이 깃든 우리고장의 농산물을 구입하도록 권장하고 싶다. 따라서 지역의 농·특산물을 구입해 농업인을 돕고 지역의 경제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군민 모두와 공직자 그리고 도시로 출향한 지역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숙재
2017국제농업박람회조직위 운영부장
지방농업연구관 / 영광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