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업인을 위한 활로대책 마련 시급
농업·농업인을 위한 활로대책 마련 시급
  • 영광21
  • 승인 2016.09.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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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농업인을 위한 농협인가”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이면 농촌 들녘은 무르익은 곡식으로 단장한다. 그러나 농업인은 수확철만 되면 씁쓸한 마음과 고통 속 나날을 보낸다. 왜? 애써 가꾼 농산물가격이 생산비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쌀값이 보리, 밀 등 맥류시세보다 못하다는 전망이다. 어느 정도 예견하고 염려를 했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옛말에 1년 농사는 자식농사와 같다고 했다. 매년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은데 정작 풍년이 들면 농산물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업인의 시름은 커진다. 어떻게 농업인의 마음을 위로 드리고 격려해 드려야 할까? 말문이 막히고 참담하다. 풍년이 들면 무조건 돈이 되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농업은 농업인의 천직이고 국민의 생명산업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올해 여름 폭염 속 무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린 농업인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와 위로를 보내 드린다.

농업, 정부는 외면 농협은 무대책
어려운 농업·농촌의 현실이 농업인들의 한숨어린 삶이 돼버린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농업인의 애환인 농업정책은 외면하면서 농산물가격이 찔끔 오르면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요란법석을 떤다.
식량 자급률 50.2%, 곡물 자급률 23.8%, 밭작물 자급률 10.6% 수치를 봐도 정부의 올바른 판단 하에 바른 정책을 편다면 얼마든지 활로를 찾을 수 있음에도 정부는 외면하고 농협은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하고자 하는 생각도 의지도 없다.
정작 꼭 있어야 할 농촌농협들은 경영에 시달리고 농산물유통에 신경 쓰지 않는 도시농협과 농협중앙회는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
국민과 농업인을 위한 정부인지, 농업인을 위한 농협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 러시아계 미국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어도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 정부관계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농업, 농업인을 생각하면 활로대책이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대안을 정부, 지자체, 농협중앙회 등에서 마련해 주길 희망해 본다.

조속한 곡물 유통체계 확립 마련 필요
농산물가격 하락 요인 중 수입농산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일부 농협들이 사전 판로확보와 계약재배를 통한 계획 생산을 하지 않고 농가로부터 수매한 후 판매하지 못하고 재고를 안고 가다가 시장에 저가로 판매하는 행태도 그 요인 중 하나다. 심지어 상인들의 농산물을 매입해 가격하락과 농협 손실을 떠안고 있다.
사전에 거래처와의 약정에 의해 농가와 계획생산을 하고 판매사업하는 농협이 피해를 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래처에서 가격하락을 원인으로 인수를 기피하거나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져 손실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농협은 계획생산을 15년전부터 실시하고 이제는 정착단계에 있는데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며 유통사업하는 우리농협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농업정책은 정부와 반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한 때 유행했는데 요즘은 농협과 계약해서 매입한 상인과 농협이 전부 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찰벼, 고추, 양파, 잡곡 등 기초농산물은 반드시 계약재배 의향조사에 의거 예시가격제시에 의한 철저한 계획생산과 전량수매 등으로 수요와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약 5년의 과도기를 걸칠 경우 완전 정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향후 농산물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소득과 수급안정에 기여하는 농협과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고 사전 계획생산 없이 수매하는 농협과 농가에는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고 정착돼야 한다.

원산지, 연산, 함량표시 개정해야
곡물 중 찰벼는 기존에 연산 의무표기 사항이 아니어서 신·구곡가격 차이가 크게 없었으나 연산표시 의무화로 인해 단기에 홍수출하가 이뤄져 가격폭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 찰벼, 고추, 콩 등은 찰(기름)성분이 있기 때문에 보관시설이 양호한 창고 등에 보관하면 2 ~ 3년 정도는 식용 등 품질에 하자가 거의 없다. 보편적으로 농업인, 소비자, 국민들도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쌀, 고추 등 원산지와 함량표시에 있어서도 혼합(곡)의 경우 국내산 00%, 수입산 00% 등의 표기를 하는데 농협이 수입산을 취급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일반유통업자들이 실질 혼합(곡) 함량을 사실과 다르게 표기하는 농간으로 국내산 가격하락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농협도 납품업체와 사전 계약보증금을 받고 농가와 계약생산한 찰벼를 소비부진과 가격하락 이유로 납품처에서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6만2,000원, 2015년 5만2,000원에 계획생산 수매한 찰벼가 현재 4만1,000 ~ 4만3,000원까지 하락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산표시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농업인에게는 시장가격으로 매입해 소득보전에 기여했지만 연산표시에 따른 납품기피로 농협경영에는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찰벼 등은 현재 국내외 경기불황으로 소비부진에 따른 가격하락 측면도 있지만 연산표시 도입으로 소비자의 인식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는 측면도 다분히 많다. 이는 종국적으로 농산물가격 하락으로 농업인의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찰벼 등은 연산표시 의무표시 사항에서 제외한다면 좋은 시설에 일정기간 보관이나 가공 저장하면 수급조절이 가능해 홍수출하와 가격폭락을 사전에 방지해 농업인과 생산자단체의 농가소득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불량식품은 근절돼야 한다. 연산표시 완화는 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국민, 소비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품질에 하자가 없다는 점, 국산농산물 애용, 농업인 등 생산자 보호 등의 홍보를 통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찰벼 시장격리곡 제도 도입 시급
찰벼는 생산과정에서의 관리, 건조에 따른 경영비 부담 등으로 일반조곡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았고 2 ~ 3년전까지만 해도 일반조곡보다 가마당(40㎏) 5,000원 이상 시세가 높았다. 하지만 근래에는 소비부진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농업인의 소득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반 조곡은 가격하락 시 정부가 시장격리곡으로 매입해 가격하락 방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찰벼는 현재 이러한 제도가 없어 찰벼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대처할 방안이 없으므로 제도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산 맥류 생산과 소비대책 마련 필요
장기간 경기불황 여파와 농산물 소비의 급격한 감소로 매년 농산물 재고량은 누적돼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농협은 납품업체와의 물량계약을 위해 지난 8월 농업인으로부터 맥류 재배의향 조사를 실시했는데 전년도 보다 무려 2.5배 이상 면적확대 재배의사를 밝혔다. 이것은 조곡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라도 보전하려는 차원에서 재배의사가 반영된 것 같다. 관내는 물론 전국적으로 맥류재배 의향이 2배 이상 증가가 예상돼 종국적으로는 과잉생산으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그래서 우리농협은 이를 토대로 납품업체와 여러 차례 시담했으나 소비둔화와 가격하락 등으로 인수계획을 대폭 감소하거나 아예 납품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떻게든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판매를 위해 다방면으로 업체 발굴을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우리농협은 불가피하게 농가에 재배의향 면적의 절반 수준에서 계약량을 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임을 안내하고 영농계획을 수립하도록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있다.
국내 농업인 보호와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경영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농협중앙회의 컨트롤타워 역할 중요
농산물 보유현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농업인은 재배의향 결정이 어렵고 농산물 등락폭이 심해 지역농협도 농산물 수매와 보유량에 따라 경영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 부처나 통계청에서 조사하거나 발표하는 데이터는 농협 등 정부 협력 기관에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추정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의 신뢰성은 낮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으로부터 조곡, 양파, 고추, 잡곡 등 주요 농산물의 관내 보유현황을 매일 또는 주 단위로 관내 농산물 보유현황과 시세 등을 정확히 파악해 시스템으로 전산보고하도록 해 주도적, 선도적으로 농산물 수급조절에 앞장서고 일선 지역농협에 정확한 정보제공 역할담당을 해야 한다.
현재의 농협중앙회와 농협 조직을 가지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농협 전체는 농산물취급에 있어 대형유통업체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가 농산물유통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 농업인의 계획생산과 소득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수급안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곧 있으면 각종 농산물 수매가 시작된다.
이제 시대가 변화해 소비자들은 홈쇼핑, 인터넷, SNS를 통한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많고 관심도 많다. 이를 통한 농산물 주문과 판매도 늘고 있다. 원전에 의한 영광농산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지역 대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홈쇼핑 비용, 택배비 지원과 함께 TV채널 방송에 대한 홍보도 시급하고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농가에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농업, 농촌, 농업인의 앞날은 암울할 뿐이다. 정부는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발전 시켜야 할 것이다.

농업과 농업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뤄길 소망하며 하루빨리 국내외 경기불황에서 벗어나 농촌경제가 풀리고 농업인의 생활이 안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길수 / 영광농협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