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문화예술인 81 - 탁주제조 이숙여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제일 고마워”집집마다 빚어 가주, 제상에 올려서 제주, 나랏술이라 국주, 농민술이라 농주 등 종류와 그에 붙여진 이름도 다양한 술 탁주. 이런 탁주를 60여년간 빚어온 이숙여(80) 할머니를 대마에 위치한 탁주주조장에서 만났다.
“막걸리는 절대 안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들고 있어”라며 슬픔이 가득한 얼굴을 보이는 이 할머니는 기막힌 사연을 가슴에 묻고 있었다. “18살에 시집와 시어머니에게 술 빚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는 이 할머니는 술을 만들어 조금씩 팔며 생활의 어려움을 이어갔다.
지금처럼 술을 숙성시킬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닌 상황속에 방안에서 술을 숙성시키던 중 발생한 가스로 그곳에서 잠을 자던 당시 7살의 큰딸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그 후 술을 만드는 일에 손을 땐 그가 다시 술을 빚기 시작 한 것은 지금부터 15년전, 군대를 막 제대한 막내아들이 4년간 운영하던 큰아들의 주조장을 물려받아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큰아들이 주조장을 할 때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던 그가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술맛을 제대로 내지 못해 쩔쩔매는 막내아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다못해 직접 술을 만들게 된 것이다.
예전 전통기법 그대로 정성을 다해 빚은 술의 맛은 마셔본 이들의 입 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으며 그 명성이 점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대마탁주주조장은 전남에서는 최초인 61년에 설립돼 영광지역에 대마막걸리란 이름을 꾸준히 심어왔다. 그 후 3~4명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 동안은 이 할머니가 손수 빚은 막걸리의 맛을 그 누구도 내지 못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할머니의 아들 정덕진씨는 “어머니는 탁주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전혀 아끼지 않으신다”며 “이젠 나이가 제법 드셔서 예전처럼 힘든 일을 똑같이 하시지는 못하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술밥 등은 절대로 맡기지 않으시고 완성된 마지막 맛은 꼭 직접 보신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머니는 찾는 손님 누구에게나 탁주 1병이라도 덤으로 전하는 인심을 베풀어 어머니를 좋아하는 단골손님이 더 많다”며 “이와 같은 어머니의 솜씨와 인정이 지금의 대마막걸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유다”고 덧붙여 밝혔다.
“우리 막걸리는 절대 독하게 만들지 않아, 일을 하다 몸이 지치고 힘들 때 목도 축이고 힘을 다시 내라고 마시는 게 막걸리지 먹고 쓰러지라고 만든 것은 아니잖아”라며 “술이 너무 독하면 몸도 버리고 큰일나”라고 평범한 어머니들이 자식을 걱정하듯 말을 하는 이 할머니.
그는 이처럼 이윤을 남기기 위해 술을 만드는 그런 모습이 아닌 장인정신과 타고난 솜씨를 바탕으로 찾는 손님의 건강까지 염려하는 ‘정성’을 탁주 속에 담아내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막내아들에게 당신의 비법과 기법을 전수하고는 있지만 그의 아들은 아직 어머니의 깊은 맛을 모두 닮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유난히 맛있는 대마막걸리의 유혹은 곧 다가올 농사철이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숙여 할머니의 깊은 손맛으로 빚어진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여러 어려움에 지친 피로와 시름을 달래고 더불어 할머니의 솜씨를 오랫동안 맛볼 수 있게 건강을 함께 기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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