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쌀값은 농민의 연봉이자 목숨 값이다”
기고 - “쌀값은 농민의 연봉이자 목숨 값이다”
  • 영광21
  • 승인 2016.10.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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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드는 논, 들판이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다. 풍광뿐 아니라 알알이 나락에 스며 맺힌 농민의 고된 땀방울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락값 폭락이 농민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조생종벼 가격이 남부지방의 경우 3만5,000원 ~ 4만원에 거래됐고 지난해 가격인 5만5,000원에 비해 무려 25% 가량 폭락한 것이다. 25년전 쌀가격으로 폭락했는데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쌀값은 농민의 연봉이고 목숨 값이고 자존심인데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변동직불금이 있으니 걱정없다’고 정부는 말한다.
변동직불금 지급요건이 발생하는 가격기준이 40㎏ 도정전 나락기준 5만7,000원이다. 고정직불금을 받고 나락값이 5만7,000원 하는 것이 좋은지 목표가격에서 고정직불금을 뺀 나머지 금액의 손실액 85%를 변동으로 받는 것이 좋은지 농민에게 물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수확량이 500가마인 농민이 변동직불금만으로 1,000만원을 받아야 소득감소분이 상쇄되는 것인데 변동직불금은 이에 반도 나오지 않는다.
변동직불금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면 나쁘거나 무식하거나 둘중 하나다. 시중 시세가 하락하면 변동직불금 기준이 되는 목표가격이 계속 하락하게 되니 변동직불금도 점점 줄어들게 돼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지금 시세대로라면 100마지기 논농사를 짓는 경우 지난해에 비해 1,200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2015년 11월14일 1년을 준비한 민중총궐기대회에 농민들은 밥쌀용쌀 수입중단 저가 수입쌀(TRQ) 시장 격리, 대북쌀 보내기로 쌀값 보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등 쌀 지키기에 요구를 집중했다.
‘쌀값 21만원’ 대선공약은 온데간데없고 쌀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전국의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왔고 백남기 농민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백남기 농민이 317일 동안 버티며 바랬던 식량주권사수의 뜻은 처절히 부서지고 있다.
쌀값은 13만원대까지 끝없이 더 떨어지고 있고 정부는 계속해 밥쌀수입 입찰공고를 내고 있다. 벼재배면적 감축,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 쌀생산기반을 흔드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획기적인 수확기 쌀값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모든 쌀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밥쌀을 2만5,000t을 수입하기로 했는데 더 이상 밥쌀수입은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재고쌀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현재 175만t에 달해 적정재고량의 2배가 넘고 있다. 여기에 5월부터 시작된 추가격리 물량이 포함되면 200만t에 육박하게 된다.
대북지원, 대외원조, 공공급식확대, 복지지원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재고쌀 소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2015년산 공공비축미 확정가격인 5만2,260원으로 일단 신곡 100만t 조기 매입을 발표해야 한다. 지난해처럼 찔끔찔끔발표하면 효과도 없이 재정만 탕진하는 결과를 반복하게 된다.
또한 OECD국가 중에서 농업보조금이 제일 적게 지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직불금 축소는 농업포기 말살정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쌀문제가 심각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본격적인 수확기에 획기적인 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이 서있던 그 자리에서 누구라도 희생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백남기 농민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도 없고 슬퍼 울기만 할 수 도 없다.
백남기 농민의 고귀한 삶을 모두의 가슴에 새기고 못다 이룬 뜻을 새기며 포악한 정권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다짐할 때이다.

홍 경 희
영광군여성농민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