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창간호 인터뷰 14년후
2002년 10월 본지가 언론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본지를 통해 한 학생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당시 12살이었던 학생은 장애를 갖게 돼 친구들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늘 밝은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의 어엿한 청년이 된 김지현(26)씨를 만났다.
컴퓨터를 잘해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던 12살 학생은 14년이 지난 지금 영광군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꿈을 이뤄가고 있다.
26살 청년이 된 김지현씨는 “얘기를 들으니 어렴풋이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라며 “벌써 14년전이라니 감회가 새로워요”라고 말한다.
6살 어린나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김지현씨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를 한껏 담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작은 차이의 경계를 넘고 어울림의 울타리를 넓혀가며 불편함마저 극복했다.
지현씨는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초등학교때 아버지께서 등·학교를 도와주셨고 대학때도 영광에서 광주까지 4년간 통학을 도와주셨어요”라고 말한다.
지현씨는 아들의 불편함을 마음 아파하며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1년가량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난 2013년 영광군청 공무원이 됐다. 컴퓨터프로그래머를 꿈꿨지만 중학교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했다는 지현씨.
현재 군청 노인가정과에서 일하며 한부모가정, 아이돌봄, 성별영향분석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 공무원 합격소식을 전했을 때 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어요”라며 “저도 부모님과 함께 살며 고향에서 일하게 돼서 기뻤죠”라고 얘기한다.
그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늘 곁을 지켜주는 부모님과 장애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봐주고 도움을 준 친구들이 있어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다.
지현씨는 “언제나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힘을 얻고 제 삶에 감사하며 살게 된 것 같아요”라며 “이제 받았던 도움을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14년전 함께 인터뷰를 했던 3명의 친구들의 이름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지현씨에게는 고마운 추억이다.
“지금까지 고생하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커요”라며 “열심히 일해서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거에요”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