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문화예술인84- 석공예 정병두
“정성 쏟으면 돌은 부처님이 되고 용이돼 승천하니…”‘똑 똑 똑….’
커다란 돌덩이가 한점 한점 정으로 쪼아지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그냥 둥그스런 선(線)으로, 차차 눈 코 입이 생기고 마침내 눈동자가 빛을 얻고 입가에는 강인함이 배어난다. 30여년간 수없이 많은 작품을 만들며 전통석조예술의 한우물을 파온 정병두씨(57세).
그는 “돌은 차가운 광물체이지만 돌속에 들어있는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고 그 숨결은 처음엔 들릴락 말락 미미하지만 자꾸 어루만지며 세심하게 정성을 쏟다보면 점차 살아나 그가 정을 쫄 때마다 박자에 맞춰 화답한다”고 석공예의 예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돌 하나가 4천년을 간다고 합니다. 거의 영구적이라 할 수 있지요. 하나의 작품이 우리나라 전체 역사만큼이나 오래 간다고 할 때 어떻게 함부로 아무렇게나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것이 조상을 모시는 곳에 자리해 오랫동안 후손들의 숭배 대상이 된다면 정말 온 영혼을 바칠 정도로 신심과 정성을 불어넣어야 합니다”라며 석공예의 기본을 밝힌 그는 20살 때부터 돌 일을 시작했다.
정 씨는 “학업을 중단하고 일찍이 기반을 잡으려는 욕심에 석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3년간의 도제생활동안 일을 가르쳐주고 주식을 해결해주니 그저 고마워 다른 생각 없이 열심히 배웠고 도제생활은 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배우는 기초가 됐으며 인내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또 “석공예의 역사는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롯됐고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많은 도구를 만들어 썼지만 돌로 만든 도구만은 지금까지도 많이 남아 있다”며 “돌은 도구로서의 용도 외에 신의 숭배, 조상의 추모, 사건의 기념 등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됐으며 문명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돌은 실용성 위주의 차원에서 벗어나 미적인 면이 중시돼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축 조각 장식 등으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역사도 함께 전했다.
석탑 부도 석불 당간지주 석등 등이 많이 남아 있고 성벽과 건축 등에서도 많은 사적이 있는 석공예. 화려한 껍데기 같은 조각이 아닌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심오함이 가득한 조각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 씨. 그는 전통 석공예를 이어온 ‘명장’이 틀림없었다. 얼마 안 있으면 4월5일 한식이다. 이를 앞두고 일감이 밀려있는 그는 비석에 새길 글들을 조심스럽게 파 나가고 있었다.
“요즘은 조각을 기계를 이용해 많이 하다보니 섬세함이나 자연미가 많이 줄어 안타깝다”는 정 씨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현대조각을 배워 지역의 명소에 멋진 조각작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싶다”고 아름다운 포부를 밝히며 밀린 작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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