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광군새마을회(회장 김용팔)와 본사가 공동주관한 대통령기 제36회 독서경진대회 영광군예선대회 결과 종합대상, 최우수상 등 부문별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에 본지는 초·중·고등부 수상작을 요약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종합대상 - 굴복해야 하는가, 극복해야 하는가
정원준 / 해룡고2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책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찾고 명작으로 알려진 그러한 책들이 아니다. 나 자신에게 문학적인 감동을 주거나, 나를 위기에서 꺼내줄 수 있는 교훈을 주거나 하는 책이다.
물론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책이 널리 알려진 명작 중의 명작이지만 이 책은 나에게 명작 그 이상의 깨달음을 선사해준 책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듯 이 책의 내용이 심오하고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느낀 이 책의 핵심은 ‘욕구’라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파우스트, 그는 누구보다도 착실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왔으며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한 명의 위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보고 일종의 연민을 느꼈다. 물론 내가 작품 속 파우스트처럼 대단하다거나 명성이 드높은 사람은 아니지만 때때로 나 자신이 완벽하길 바란다는 미친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그와 일치한다. 나는 여기서 의문을 하나 던진다.
파우스트가 언제나 가지고 있던 욕망, 그 욕망을 꺼내준 메피스토텔레스는 정말 악마일까. 그리고 그 악마는 사실 파우스트의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닐까. 그가 만약 악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라고 나는 확신한다.
자기 자신의 욕구, 욕망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내가 이러한 결론을 내렸을 때, 모든 고민과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더 큰 산을 마주하게 됐다.
악마의 꾐에 빠지기 전 자기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면서 살아간 파우스트. 과거의 내가 바로 그였다. 나는 항상 내 자신이 완벽하기를 바라왔다.
교과에서는 항상 우수한 학생이기를 원했고 선생님들에게는 친근하고 예의바른 학생이기를 소망했고 친구들에게는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우수한 교과성적을 원했던 것은 남을 의식했기 때문이었고 내가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던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진짜 욕구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그때부터 나는 내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 내가 하는 생각들을 절대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몇몇 친구들은 그러한 나의 행동을 좋지 않게 봤다. 내가 너무 솔직했고 너무 직설적이어서 그랬겠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너무 어렸고 그들을 모두 배척하고 무시했다.
싫어할테면 싫어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2학년이 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나는 역시 너무 솔직했고 몇몇 아이들은 그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 아이들 중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아이, 어쩌면 어른이 있었다. 그는 모든 아이들에게 친절했고 도움을 줬으며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않았다. 딱 초등학교, 중학교 초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순 가식덩어리였다. 그래서인지 그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던 친구는 솔직한 친구였으니까. 그는 나와 정반대였다. 다른 학생이었고 우리들 사이에 교집합은 없었다. 그러던 중 그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시간을 갖게 됐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원래 초등학교, 중학교 초반에는 지금의 나와 같은 성격이었다고 했다. 성격이 바뀐 시기가 나와 비슷했다. 그는 나에게 본인이 바뀌게 된 계기,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네줬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한것들이 남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고 남들을 배려하는 일이라는 것쯤은. 하지만 어릴 때는 그 답을 하는 것이 싫어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내가 현재 굴복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를 굴복해 과거의 나에 굴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러나 그가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를 일깨워 줬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나에게는 아직 하나의 의문이 남아 있다. 그는 나의 내면적 욕구를 꺼내려는 메피스토텔레스인가.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려는 가브리엘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파우스트인가.
중등부 최우수상 -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오대룡 / 해룡중3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를 10대를 위해서 적절한 수준에 맞춰 편집해 펴낸 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진정한 정의와 도덕이란 무엇인지를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와 롤수의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있다. 또 실제로 일어나는 논쟁거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려운 철학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샌델은 정의와 도덕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여러 종류의 사상과 철학을 책에서 제시한다. 그 중에서 행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공리주의, 그러한 사람을 공리주의자라 하고 공리주의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영국의 제레미 벤담이었다.
공리주의가 적용된 예를 들어 보면 최근에 체코에서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러자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세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며 하나의 손익계산서를 제시했다. 필립 모리스는 국민들이 흡연을 할 때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국민들이 담배를 피울 때 정부는 연간 1억4,700만달러의 수입을 얻고 그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나올 경우 1인당 1,227달러가 절약된다는 계산을 내놨다. 당연히 체코 국민들은 분노했고 필립 모리스의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이러한 계산은 공리주의적인 사고가 가진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목숨에 값을 매기고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이냐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죽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 1,220달러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이 공리주의가 상당히 매력 있게 다가온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도덕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필립 모리스의 계산과 같은 경우에는 공리주의의 방식이 결코 도덕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다음으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지상주의의 시각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각이다. 개인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이는 사회의 공정한 분배에 대한 문제와 일맥상통하면서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자에 대한 증세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자유지상주의는 방금 말했듯이 개인의 권리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부자의 입장에서 부자 증세는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정당하게 번 돈을 빼앗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부자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 부자가 아닌 사람들인 우리로서는 부자 증세가 정의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철학적인 큰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충분히 개인의 권리에 대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자의 권리를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자에게는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 또한 부자 개인의 가치관과 의지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강제로 세금을 징수해서 나눠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임마누엘 칸트가 생각했던 진정한 도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도덕의 원칙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은 곧 이 책의 핵심인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칸트의 철학은 굉장히 어렵고 또 도덕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몇년전에 미국에서 전국 철자 알아맞히기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에서 한 소년이 ‘한번 들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는 성향’이라는 뜻의 ‘echolalia’라는 단어를 틀리게 말했지만 심사위원들은 맞은 걸로 착각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 소년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탈락했던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은 신문에 보도됐고 소년은 철자대회의 영웅으로 불렸다. 이때 소년은 기자에게 자신이 ‘추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고백했다’고 그 동기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그 소년의 행동이 아주 정직하고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칸트에게는 그렇지 않다. 칸트가 말하는 도덕적인 행동이란 그 행동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즉 행동의 동기가 경향성, 즉 욕망이 아닌 의무여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옳은 일이어서가 아니라 추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고백한 소년의 행동은 도덕적인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칸트의 도덕에 대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철학의 중요한 주제중 하나인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몇몇 철학자들의 연구를 간략하게 살펴 봤는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정의에 대한 생각이 철학자에 따라서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지루한 주제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왜 필요한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한 것 같다. 완벽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하더라도 정의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도덕적 가치관과 생각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지금의 10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세대들이다. 앞으로의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청소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도록 추천한다.
초등부 최우수상 - 갈매기의 꿈을 읽고
강승민 / 영광초6
드디어 갈매기의 꿈을 읽었다. 내용은 흥미진진하기 보다는 잔잔했다. 나는 항상 흥미로운 전쟁이나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부드럽고 잔잔한 책도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이렇다. 조나단이라는 갈매기가 살았는데 이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와 달리 특별했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는 걸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생각했지만 조나단은 나는 것을 좋아했다. 급기야 다른 갈매기들의 눈엣가시가 돼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국에 가게 되고 엄청난 비행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 뒤에 다시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 제자들을 가르친다. 조나단의 제자들은 나는 걸 비행기술로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나단은 자신의 몸은 단지 날개까지 밖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생각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 부분이 약간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은 직설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 같다.
조나단의 인생은 정말 파란만장 했던 것 같다. 그저 날기를 좋아하는 갈매기가 무리에서 쫓겨나 천국에 가서 비행기술을 배우고 다시 고향에 돌아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조나단의 인생과 비행기술을 익히는 걸 좀 좋은 쪽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비행기술을 익히는 게 꼭 필요할까? 일단 먹어야 살지. 난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다른 갈매기들처럼 먹이를 중점으로 한 뒤 비행기술을 배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나단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조나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단지 내 생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그랬을까?
어쨌든 나는 조나단의 선택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 자체는 좋았던 것 같다. 잔잔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등부 최우수상 - 내가 사랑하는 책
정채린 / 해룡고1
손바닥에 빼곡이 적힌 내일의 할 일들과 조별과제의 스트레스. 그리고 내 마음 언저리에 박힌 누군가의 모욕 섞인 말들, 또는 보고 싶은 엄마의 따뜻한 품.
이런 것들로 내가 괴로워 할 때 항상 꺼내 읽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게 두려워 눈물이 날 때도,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던 내가 미워질 때도, 친구와 심하게 다퉜을 때도 항상 이 책이 내 곁에 있었다. 이 책은 무조건 ‘괜찮아, 너는 잘할 수 있어. 네가 최고야, 자신감을 가져!’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사랑, 친구, 인생, 상처 등을 다양하게 어루만져 준다.
또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읽었던 책 중에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해 주는데 그것이 비록 직접적으로 나를 위로해주는 말은 아닐지라도 읽다보면 시들었던 내 마음이 다시 생생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 가슴을 울리는 부분은 정말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2가지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다.
첫번째로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다’라는 말이었다.
작가가 우리에게 소개해 주는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늘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앉혀놓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피고석에 앉아 우리의 행위를 변명하고자 하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맞다. 정말로 그들을 배심원석에 앉힌 건 누구였을까? 왜 내가 애써 변명하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이 구절을 읽은 후로 가끔 내가 누군가에게 불만 섞인 시선을 받거나 혹 비난을 듣게 될 때면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내 배심원들 다 해고야!’
두번째로는 작가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고3 시절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하나 밖에 없는 집이 차압을 당하고 제일 친했던 단짝친구는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가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게다가 짝사랑하던 남자는 어느 날 급작스럽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인생 최고 암흑기라는 고3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면…’이라고 생각하며 몸서리를 치고 있던 나를 작가는 무안하게 만든다. 내 예상을 완전히 깨뜨리면서 말이다. 작가는 그 때 가장 열심히 살았고 그때가 자신을 바른 자세로 살게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지금, 회상하며 말한다. ‘나에게 있어 진정한 불행과 진정한 불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과 신선함이 나를 감쌌다. ‘아, 이럴 수도 있는 건가, 그런거구나.’
나는 힘든 일이나 후회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우울감과 무력감 그리고 외로움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그 말이 맞았고 작가는 현명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절실히 원했던 학생회 면접을 완전히 망치고 난 후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배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내게 물었다.
고민 끝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저는 정말 간절해요”라는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기숙사로 달려와 밤새 베개를 눈물로 적신 날이 있었다.
또 한번은 나와 자주 부딪히고 나를 무시와 짜증의 눈초리로 보았던 친구에게 몇 달 동안 스트레스를 받다가 크게 싸웠다. 당연히 그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고 그 친구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또 자연히 그 친구의 주변 친구들도 나를 미워하는 분위기였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상처를 참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지나고 나니 내가 잘되려고 일어난 일들 같이 느껴진다.
면접장에서의 간절하다는 말과 진중한 태도 때문에 나는 며칠후 학생회 합격통보를 받았고 싸운 그 친구를 이제 먼 거리에서 바라보며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아직도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아랫사람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 일로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법,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지키는 법을 알게 됐다. 한 마디로 인간관계의 기술을 좀 더 터득한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진정 불운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힘든 일이 찾아올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불행인 척 가장하고 찾아온 기회이자 행운이라고.
이 책은 기숙사 내 책장에 있는 책들 중 유일하게 도서관 라벨이 붙어있지 않은 책이다. 기숙사 입사 짐을 꾸릴 때 유일하게 품에 지니고 온 책이다. 이전에도 쭉 그래왔듯이 앞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며 모진 풍파를 겪게 되는 날이 올 때면 언제나 이 책을 열어 읽을 것이다.